스토리스팟 기획 백제 무혼을 잇는 사람들… 뜨거운 부소산성을 지킨 '싸울아비 무사들'

[스토리스팟 생각] 백제 무혼을 잇는 사람들… 뜨거운 부소산성을 지킨 ‘싸울아비 무사들’

20~30년 무예인의 노련함과 청년 무사들의 열정이 만든 한 달간의 감동

6월의 오후 2시. 부소산성은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그러나 부소산성 정문 광장에서는 더위를 잊은 사람들이 있었다. 검을 들고, 창을 들고, 땀을 흘리며 백제의 무혼을 되살린 백제전통무예원 KOREA 싸울아비무사단이다.

지난 6월 7일부터 28일까지 매주 토·일요일마다 열린 상설공연은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공연은 끝났지만, 관객들의 박수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무대를 만든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었다.

30년 무예 인생이 만든 품격 있는 무대

이번 싸울아비무사단은 단순한 공연팀이 아니었다.

단원들 가운데는 태권도와 해동검도 분야에서 20~30년 이상 수련해 온 지도자와 무예인들이 함께했다. 오랜 세월 갈고닦은 검술과 창술, 몸놀림에는 화려한 기술보다 절제된 품격이 배어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동작 하나, 예를 갖추는 자세 하나에도 오랜 수행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백제 무사의 기개를 재현하는 공연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전통무예가 지닌 예(禮)와 정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공연을 완성한 또 하나의 주인공, 청년 무사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0~30대 청년 무사들의 모습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무대 장비와 무기, 음향장비를 직접 옮기는 일에 청년 무사들이 함께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수십 킬로그램에 이르는 장비를 나르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다시 장비를 정리하고 차량에 싣는 일까지 묵묵히 함께했다.

공연이 없는 시간에도 리허설과 동선 점검, 반복 연습을 이어갔고, 선배 무예인들의 조언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진지한 자세는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실력보다 인성이었다.

선배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관람객들에게 먼저 웃으며 다가가며,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에도 끝까지 예의를 잃지 않는 모습은 요즘 청년들에게서 보기 드문 따뜻한 풍경이었다.

화려한 검술보다 그들의 겸손한 태도가 더욱 빛났다.

계백장군을 찾아 충의를 되새기다

마지막 공연이 열린 28일.

무사단은 공연에 앞서 부소산성 안에 자리한 삼충사를 찾아 계백장군에게 참배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계백장군의 충의와 백제 무혼을 기리며 묵념한 뒤 공연장으로 향한 무사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엄숙했다.

그들에게 공연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백제의 역사와 정신을 오늘에 전하는 문화유산이었다.

백제 무혼은 계속된다

이번 상설공연에서는 기존 검술과 창술뿐 아니라 권법, 등패, 봉술 등 새로운 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칠지도 검무와 액살베기, 계산공주 신검무, 궁시진, 종합베기 등 다채로운 무예 시연은 부소산성을 찾은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6월 한 달 동안 부소산성을 지킨 싸울아비무사단은 이제 무대를 옮긴다.

오는 7월 4일 오후 5시, 제24회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리는 궁남지 수상무대에서 다시 관객들과 만난다.

연꽃이 만개한 궁남지 위에서 펼쳐질 백제 무사의 함성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부소산성 공연은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무예 시연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무예를 지켜온 장인들과 백제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청년들이 함께 만든 한 편의 역사였고, 무엇보다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무대였다.

백제의 무혼은 검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땀 흘리고 예를 지키며 역사를 이어가는 사람들 속에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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