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부위원장 “단층제 구조적 한계와 취득세 급감 탓… 보통교부세 정률제 도입 추진”
제5대 세종특별자치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시정 5기 출범을 앞두고 세종시가 직면한 구조적 재정 위기 실태를 공개했다. 박성수 인수위 부위원장은 25일 브리핑을 열고 올해 하반기에만 1000억 원 이상의 재원 부족이 예상되며, 2030년까지 총 1조 5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위기 극복을 위해 시 본청과 산하기관의 모든 재정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인수위 분석에 따르면 세종시의 올해 재정 규모는 2조 3536억 원으로, 2021년(2조 8501억 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체 상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자체 세입의 핵심인 취득세가 2021년 3338억 원에서 올해 1421억 원으로 5년간 57% 급감한 것이 재정 악화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국비 지원 격인 보통교부세 역시 올해 1203억 원에 불과해, 동일한 단층제 광역지자체인 제주도(1조 8511억 원)의 6.5% 수준에 머물렀다. 주민 1인당 교부세액으로 환산하면 세종은 31만 원으로 제주의 278만 원과 비교해 9배나 적다.
재정 구조의 경직성도 심각한 단계다. 인건비와 복지비 등 의무 지출 비중은 2021년 56%에서 올해 72%까지 급증한 반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량 지출 비중은 28%로 대폭 축소됐다. 정부로부터 인수한 117개 대규모 공공시설물의 유지관리비는 2025년 1285억 원에서 2030년 1828억 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종시는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올해 736억 원의 지방채를 신규 발행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총 채무 규모는 5248억 원으로 늘어나 채무 비율이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25%)에 근접한 22.30%까지 치솟게 된다.
인수위는 단기적인 긴축 운영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세입 기반 확충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취득세에 편중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로 지방소득세와 소비세를 확충할 방침이다. 또한 현행 재정부족액 보전방식 대신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안정적으로 연동하여 확보하는 ‘보통교부세 정률제’ 도입을 정부 및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박 부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특정 시정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냉혹한 현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 위에서 재정 운영의 정상화를 시작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단층제 행정구역의 역설과 제도적 역차별
세종시는 광역과 기초 행정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단층제 지자체다. 그러나 행정 처리 범위에 비해 재정 지원 구조는 기형적일 만큼 취약하다. 동일한 단층제인 제주도가 특별법을 통해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연동 법정률 3%)을 보통교부세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과 달리, 세종시는 매년 변동성이 큰 재정부족액 보전방식에 의존해 왔다. 올해 일몰을 앞둔 세종시법 제14조 재정특례의 전면 개정과 ‘정률제 도입’ 여부는 민선 5기 세종시의 명운을 가를 가장 시급한 입법 과제다.
부동산 경기 종속형 자체 수입 구조의 한계
취득세가 5년 만에 반토막(57% 감소) 난 지표는 세종시가 그동안 실질적인 자립 기반 없이 부동산 개발 호황에만 기대어 재정을 운영해 왔음을 증명한다. 대규모 아파트 분양과 토지 거래가 멈추자마자 공원 풀도 제때 못 깎을 만큼 기초 도시 관리 기능이 마비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인수위가 공언한 대로 산업단지 조성과 대기업 유치를 통한 지방소득세·소비세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조기에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채무비율 22.30%를 넘어 실제로 재정주의단체로 전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다.
출범 초기 ‘벨트 조이기’의 정치적 명분 쌓기
시정 5기 출범과 동시에 전면적인 사업 구조조정 및 긴축 재정을 선언한 것은 정무적으로 노련한 포석이다. 임기 중반에 지출을 줄이려면 격렬한 내부 저항과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히지만, 정권 교체기 인수위 단계에서 ‘구조적 재정 파탄 실태’를 투명하게 고발함으로써 대대적인 예산 삭감과 유사·중복 사업 통폐합에 대한 정당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민생 예산은 지키겠다고 확약한 만큼, 불요불급한 지출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공직사회와 산하기관의 고강도 인적·조직 쇄신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