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음악에서 한·중 문화교류까지… 키르기스스탄 ‘실크로드 월드뮤직 콘서트’서도 깊은 울림
한 사람의 연주가 국경을 넘고, 한 악기의 선율이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다. 중국 출신 고쟁(古筝) 연주자 소곤(Suo Kun)은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한국과 중국을 잇는 문화교류의 가교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15년이 넘는 고쟁 연주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해 온 소곤은 한국 정착 이후 공연과 교육, 국제문화교류를 꾸준히 이어왔다. 최근에는 활동 영역을 중앙아시아까지 넓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국제 문화예술 프로젝트 무대에 오르며 전통음악을 통한 문화교류의 폭을 한층 넓혔다.


중국에서 시작된 음악 인생, 한국에서 이어가다
소곤은 중국전통고쟁 악기연주팀 단원으로 15년간 활동했으며, 2008년 연세대어학당 4급 과정을 거쳐 2016년 동국대 영상영화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한국을 중심으로 공연 활동을 이어오며 2018년 명동 조선호텔 홍연 공연, 2023년 한중다문화예술협회 송도 고쟁강사 등 연주와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고쟁은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 현악기로, 섬세한 표현에서 웅장한 울림까지 폭넓은 음색을 만들어내는 악기다. 소곤은 이 같은 고쟁의 특성을 살려 중국 전통음악뿐 아니라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곡까지 연주하며 문화적 거리를 좁혀왔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 울려 퍼진 고쟁 선율
최근 소곤의 행보에서 눈길을 끄는 무대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국제 문화예술 프로젝트 ‘실크로드를 따라 흐르는 한국문화(A-Culture on the Silk Road World Music Concert)’다.
실크로드를 매개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예술인들이 음악을 통해 교류하는 자리에서 소곤은 중국을 대표하는 고쟁 연주자로 참가했다.
소곤은 이날 중화권의 대표적인 명곡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과 한국 가요 ‘인연’을 고쟁으로 연주했다.
중국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노래와 한국 대중에게 익숙한 곡을 중국 전통악기인 고쟁의 음색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무대의 의미는 남달랐다.
섬세하게 이어지는 현의 떨림과 고쟁 특유의 깊은 울림은 국적과 언어가 다른 관객들에게 음악 자체로 다가갔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음악을 한 무대에서 고쟁으로 연결하면서 실크로드 문화권이 공유할 수 있는 정서와 음악적 감성을 전달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해 온 소곤에게 이번 비슈케크 공연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중 문화교류를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무대를 넓혀 중국의 전통악기로 한국의 음악을 연주하고, 이를 제3국 관객들과 공유했다는 점에서다.
공연 무대에서 문화교류까지
소곤의 활동은 단순한 연주에 머물지 않는다.
그동안 방송과 지역축제, 공공행사, 국제문화행사 등 다양한 무대에 참여해 왔다. 프로필에는 ‘아리랑’ 관광홍보 광고 촬영을 비롯해 중국 전통악기 고쟁 라디오 초청방송, KBS 중국문화 소개 프로그램 출연, 중국대사관 초청공연과 중국 대사 축하공연 등 다양한 활동 이력이 담겨 있다.
호남권과 강원,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의 관광홍보 공연과 음악축제에도 참여하며 중국 전통음악을 한국의 지역문화 현장에서 소개해 왔다.
이러한 활동은 고쟁이라는 하나의 악기를 매개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거창한 외교적 언어 대신 음악으로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고 관객과 직접 만난다는 점에서 민간 문화교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국제교류 현장에서 넓어진 활동 무대
최근 들어 소곤의 활동 무대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2023년부터 한·중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비롯해 국제문화예술축제, 다문화 문화행사, 청소년 재능공연, 국제문화교류 대축전 등 다양한 행사에서 초청 연주를 이어왔다.
특히 2025년에는 ‘평화의 소리’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및 중국 항전 승리·대한민국 광복 80주년 기념 음악회, 한국-중앙아시아 수교 33주년 기념 문화축제, 실크로드 국제도시 한·중 청년 문화예술 교류 등 역사와 평화, 국제 우호를 주제로 한 행사에도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여기에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펼쳐진 ‘실크로드를 따라 흐르는 한국문화’ 공연은 그의 활동 반경이 한·중 양국을 넘어 실크로드 문화권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수상과 활동으로 이어온 음악의 길
소곤의 프로필에는 공연 활동과 함께 다양한 수상·대외활동 경력도 기록돼 있다.
2022 대한민국 한복모델 대회 본선 진출을 비롯해 GLOBAL K문화예술 대상, 중국 인플루언서 혁신공로 대상 등의 이력이 있으며, 국제무역 행사와 국제 음악행사 등에서도 활동을 이어왔다.
연주자로 출발한 그의 활동 영역이 공연과 교육, 방송, 국제문화교류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한국에서 중국 전통음악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음악을 고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그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비슈케크에서 선보인 ‘월량대표아적심’과 ‘인연’ 역시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음악을 고쟁이라는 하나의 악기로 이어낸 무대였다.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음악
소곤의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문화교류’다.
중국 전통악기인 고쟁으로 한국 관객과 만나고, 한국의 문화행사에서 중국 전통음악을 소개해 온 그는 이제 중앙아시아의 관객들에게까지 그 선율을 전하고 있다.
문화교류는 반드시 거대한 행사나 공식 외교의 무대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음악을 듣고, 낯선 악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 곡의 연주에 함께 박수를 보내는 순간에도 문화는 서로에게 스며든다.
중국에서 시작해 한국을 거쳐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까지 이어진 소곤의 고쟁 선율도 그런 길 위에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다른 문화의 음악을 받아들이고, 이를 다시 자신의 악기로 들려주는 그의 행보가 앞으로 한·중을 넘어 실크로드 문화권을 잇는 또 하나의 문화적 연결고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