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따라 이어진 은행나무길, 노란 잎과 물빛 어우러진 산책
분홍빛 코스모스까지 가을 정취 더해…양곡은행나무축제 11월 15일까지
노란 은행잎 아래로 사람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길 양쪽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머리 위에서 맞닿으며 황금빛 터널을 만든다. 나무 사이로 들어온 햇살은 산책로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바닥에 내려앉은 잎들은 가을의 색을 한 겹 더한다.
충북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 문광저수지. 물가를 따라 늘어선 은행나무와 분홍빛 코스모스가 어우러져 가을 여행객을 맞고 있다. 나무 아래를 걷고, 꽃밭 사이에 멈춰 서고, 저수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계절의 변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은행나무길에서는 방문객마다 가을을 담는 방식이 다르다. 아이를 안아 올리며 추억을 남기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다. 벤치에 앉아 쉬거나 휴대전화를 들어 노란 나뭇잎을 담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잠시 고개를 들어볼 일이다. 굵은 나무줄기 위로 펼쳐진 부채 모양의 잎들이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난다. 아직 초록빛을 간직한 잎과 노랗게 물든 잎이 함께 있어 나무마다 조금씩 다른 가을의 표정을 보여준다.
물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풍경은 한층 넓어진다. 은행나무 행렬이 저수지의 굽이를 따라 이어지고, 수면 가장자리에는 노란빛이 내려앉는다. 뒤편 산의 짙은 초록과 은행잎의 황금색, 푸른 하늘이 겹치며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던 풍경과 물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서로 달라, 걷는 동안 시선이 자주 머문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에는 마을 사람들이 오랜 시간 가꾸어 온 이야기도 담겨 있다. 1977년 양곡리 주민 김환인 씨가 은행나무 200그루를 기증한 것을 계기로 길이 조성됐다. 작은 묘목에서 시작한 나무들이 자라 지금은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가을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은행나무길 곁 코스모스밭은 또 다른 색으로 발길을 붙잡는다. 연분홍과 진분홍, 흰색 꽃들이 낮게 펼쳐지고 그 뒤로 노란 은행나무가 솟아 있다. 꽃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가까이에서는 코스모스를, 멀리에서는 나무와 저수지를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다.
은행나무길이 높고 깊은 공간감을 선사한다면 코스모스밭은 시야를 환하게 열어준다. 방문객들은 꽃밭 사이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벤치에 앉아 풍경을 즐긴다. 황금빛 나무와 분홍빛 꽃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면이 문광저수지의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산책에 지역 축제의 즐거움도 더해졌다. 지난 17일 시작된 ‘2026 양곡은행나무축제’는 오는 11월 15일까지 문광저수지 일원에서 이어진다. 축제 기간 버스킹과 지역 예술인 공연, 사진 전시, 지역 농특산물 판매장 등이 운영된다.
문광저수지를 즐기는 데 서두를 이유는 없다. 은행나무 아래를 걷다가 꽃밭으로 발길을 옮기고, 다시 물가에서 나무들의 행렬을 바라보면 된다. 같은 길에서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가을의 빛깔이 달라진다.
머리 위에는 노란 잎이, 발길 곁에는 분홍빛 꽃이, 그 너머에는 저수지의 물빛이 펼쳐진다. 문광저수지의 가을은 그렇게 한 걸음씩 천천히 눈에 담을 때 더욱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