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과 협의 종료…“실현 가능한 지역 거점병원과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소아전용 응급실·7개 진료실·42병상 갖춘 특화병원…총사업비 487억원
당선인 시절부터 단국대와 협의…의료진·진료체계·본원 연계방안 구체화
2단계 중증전문진료센터도 타당성·재정 검증 거쳐 추진…“서남부권 의료공백 더 미룰 수 없어”
충남도가 내포신도시 종합의료시설 1단계 사업인 ‘내포어린이병원’의 위탁 운영기관으로 천안 단국대학교병원을 선택했다. 당초 협력 대상으로 거론됐던 연세의료원과의 협의를 종료하고 충남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단국대병원과 손잡아 2028년 10월 개원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20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국대병원과 함께 내포어린이병원을 2028년 정상 개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위탁기관 변경을 넘어 내포신도시와 충남 서남부권의 소아 의료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충남도의 정책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도권 대형병원 유치에 매달리기보다 지역 거점 대학병원과 연계해 중증·응급환자까지 도내에서 치료할 수 있는 이른바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연세의료원 대신 단국대병원…박수현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해야”
박 지사는 이날 연세의료원과의 협의를 종료하게 된 배경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 지사에 따르면 당선인 시절 사업 추진 여건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연세의료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병원이 충남지역 병원의 위탁 운영을 맡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구상에 계속 매달리기보다는 충남의 의료 여건을 잘 알고 있는 지역 거점병원과 협력하는 것이 사업의 안정성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박 지사는 당선인 시절부터 단국대 측에 내포어린이병원 운영 참여를 제안했고, 취임 이후에도 직접 단국대를 방문해 협의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단국대병원이 충남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인 데다 권역모자의료센터 운영 등을 통해 고위험 임산부와 중증 신생아 치료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내포어린이병원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소아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단국대병원 본원과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운영기관 선정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박 지사는 “단국대병원은 지역 의료 여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의료진 구성과 진료체계, 의료장비 도입, 본원과의 연계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487억원 투입…소아전용 응급실·42병상 갖춘다
내포어린이병원은 홍성군 홍북읍 내포신도시 의료시설용지에 충남도가 직접 건립하고 있다.
부지 면적은 6000㎡, 건축 연면적은 5326㎡로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총사업비 487억원이 투입된다.
지난 4월 착공해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며, 충남도는 2028년 4월 공사를 마친 뒤 장비 설치와 시운전 등을 거쳐 같은 해 10월 정식 개원한다는 계획이다.
병원에는 소아전용 응급실과 7개 소아 진료실, 42개 입원 병상이 들어선다.
충남도가 내포에 일반 병원이 아닌 소아 특화병원을 우선 건립하는 것은 충남 서남부권의 취약한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내포신도시를 비롯해 홍성·예산 등 충남 서남부 지역에서는 소아 중증환자나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천안이나 대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포어린이병원이 정상적으로 문을 열고 단국대병원 본원과 진료체계가 연결될 경우 지역에서 치료 가능한 환자는 내포에서 담당하고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신속하게 전원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게 충남도의 구상이다.
단국대와 MOU 추진…위탁 운영 세부절차 본격화
충남도는 단국대병원과의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도 들어간다.
도는 성공적인 병원 건립과 안정적인 위탁 운영, 지역 필수의료 협력체계 강화를 위해 조속한 시일 안에 단국대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단국대 측은 서면 이사회를 통해 참여에 대한 1차 결정을 내렸으며, 충남도는 향후 정식 이사회에서 위탁 운영 관련 안건이 다뤄질 수 있도록 공식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협상에서는 파견 의료진의 규모와 전문과목, 진료시간과 응급의료체계, 의료장비, 단국대병원 본원과의 환자 전원체계, 운영비 부담 등이 병원 운영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물만 완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원 시점부터 충분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지사는 “도는 단국대병원과 함께 의료진 구성, 진료체계, 장비 도입, 본원과의 연계 방안 등 운영 전반을 협의해 2028년 10월 개원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수도권 대형병원 유치’보다 지역 의료자원 연계에 무게
이번 결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충남도가 수도권 유명 대학병원의 브랜드 유치보다 지역 내 의료자원의 실질적인 연계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국대병원이 내포어린이병원을 맡게 되면 내포에서 1·2차 진료를 받고 중증환자는 천안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연결하는 의료 전달체계를 충남 안에서 구축할 수 있다는 게 도의 판단이다.
충남도는 이를 통해 소아 환자가 중증·응급 상황에서도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고 도내에서 상당 부분 치료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병원 개원에 따른 효과는 의료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내포신도시는 충남도청과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 등 주요 기관이 자리 잡았지만 의료 인프라 부족은 정주 여건의 주요 약점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충남도는 어린이병원이 문을 열면 젊은 세대의 정주 여건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향후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단계 중증전문진료센터는 ‘검증 후 추진’
내포 종합의료시설의 또 다른 축인 2단계 중증전문진료센터 사업도 계속 추진한다.
다만 1단계 어린이병원과 달리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업 규모와 추진 방식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재정사업뿐 아니라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방식을 검토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병원 건립 사례도 비교·분석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2단계 사업의 핵심 과제는 의료진 확보다.
충남도는 안정적인 의사 수급을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의료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박 지사는 “2단계 사업은 대규모 재정이 수반되는 만큼 타당성과 재정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겠다”며 “사업 규모와 방식은 충분히 검증하되 도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준비는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원점 재논의보다 의료공백 해소가 우선”
박 지사는 이날 내포 의료시설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방안보다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속도를 내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미 충남 서남부권의 의료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기관 문제를 이유로 사업 전체를 다시 설계할 경우 병원 개원이 상당 기간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지사는 “병원 건립 사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것은 쉬운 선택일 수도 있으나 충남 서남부권의 의료 공백이 계속되고 있고 도민들은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포어린이병원 정상 개원부터 중증전문진료센터 구축까지 약속드린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단국대병원 위탁 운영 결정의 성패는 ‘어느 대학병원의 이름을 내거느냐’보다 실제로 어느 수준의 의료진과 진료 기능을 내포에 배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28년 내포어린이병원이 계획대로 문을 열고 단국대병원 본원과 중증·응급환자 연계체계까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면 충남 서남부권의 오랜 숙원이었던 소아 의료 공백을 줄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의료진 확보와 운영비 분담, 본원과의 진료 연계 등 세부적인 운영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건립 자체만으로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연세의료원과의 협의를 접고 지역 거점 대학병원인 단국대병원을 선택한 충남도의 ‘현실론’이 실제 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