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양화·충화 거쳐 옥산·내산·외산 일대 후보지 포함…기존 송전선로와 중첩 우려
“왜 부여로 우회했나” 선정 근거·평가자료 공개 요구…보령과 경계지역 놓고 주민 갈등 가능성도
밤·호두·자두·포도 주산지 항공방제·드론 영농 차질 우려…송전탑 반대대책위 출범 예고
한국전력공사가 ‘345kV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후보 경과지를 공개하면서 충남 부여지역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송전선로가 이미 지나고 있는 지역에 또다시 전력시설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며 노선 선정 과정과 평가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후보 경과지가 부여와 인접 지자체 경계를 따라 제시되면서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어느 지역이 시설을 떠안을 것인지를 놓고 이웃 주민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산서 금강 건넌 뒤 부여 양화·충화로…“왜 멀리 우회하나”
한전이 공개한 후보 경과지는 전북 김제시에서 만경강을 건너 군산시와 익산시를 거친 뒤 충남 부여군과 보령시, 홍성군을 지나 서산시 운산면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제시됐다.
부여지역에서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곳은 금강 도강 이후의 구간이다.
후보 경과지는 익산시 웅포면에서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방향으로 금강을 건넌 뒤 부여군 양화면과 충화면 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여군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왜 해당 노선이 부여 쪽으로 우회하도록 설정됐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병섭 공동위원장은 “서천군 한산면과 마산면은 양화면보다 주거지역이 적어 광역경과대역에서 더욱 붉게 표시되고 짧은 노선을 구현할 수 있는 지역임에도, 주거지역이 많아 붉은 구역이 적은 양화면 내성리·수원리·원당리·벽용리·족교리 쪽으로 멀리 우회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연 그동안 한전이 주장해 온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노선 결정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차원을 넘어 후보 경과지를 선정한 기준과 평가 과정 자체를 공개하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345kV 선로에 또 송전선로…양화면 ‘중첩 부담’ 우려
양화면 주민들의 반발이 큰 데에는 기존 송전시설로 인한 부담도 자리 잡고 있다.
부여군에 따르면 양화면에는 이미 군산-청양 간 345kV 송전선로가 지나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신서산 송전선로까지 들어설 경우 기존 송전선로와 신설 선로가 가까운 곳에서는 최대 2㎞ 수준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새만금-청양선까지 고려하면 특정 지역에 송전시설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부여군 관계자는 “양화면 주민들은 기존 군산-청양 간 345kV 송전선로로 이미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며 “새로 추진되는 송전선로와 현재 논의 중인 새만금-청양선까지 고려하면 주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후보 경과지가 결정된 구체적인 선정 근거와 평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향후 논란의 핵심은 한전이 후보 경과지를 어떤 기준과 가중치를 적용해 선정했는지, 그리고 기존 송전시설이 있는 지역의 누적 부담을 노선 평가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여냐 보령이냐…지자체 경계 따라 새로운 갈등 우려
또 하나의 쟁점은 부여군과 보령시 경계지역이다.
후보 경과지에는 보령시 미산면·성주면과 부여군 옥산면·내산면·외산면 일대가 포함됐다. 문제는 후보지가 행정구역 경계 주변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자신의 마을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떨어진 노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한쪽 지역의 반대가 다른 지역으로 송전선로를 밀어내는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지자체와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경우 부여군 이장단협의회 부회장은 “우리 지역 송전선로를 반대하는 처지에서는 결국 이웃한 보령시 쪽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할 보령시 주민들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전선로의 필요성과 별개로 국가 전력망 구축 과정에서 특정 지역에 부담을 전가하거나 인접 지역끼리 입지를 놓고 맞서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밤·호두·자두·포도 주산지…“농업 피해도 따져야”
부여지역에서는 농업에 미칠 영향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내산면과 외산면 경계 일대는 굿뜨래 알밤을 비롯해 호두·자두·포도 등 부여를 대표하는 농산물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병해충 방제를 위해 헬기를 활용한 항공방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영농 방식도 확대되고 있다.
주민들은 송전탑과 고압 송전선로가 설치될 경우 항공방제와 드론 운용 등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선 결정 과정에서 주거지와 환경뿐 아니라 농업 생산과 영농 활동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 여론 조직화…대책위 출범 예고
한전의 후보 경과지 공개를 계기로 부여지역의 반대 움직임도 조직화할 전망이다.
부여군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는 조만간 정식 반대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후보 경과지 선정 과정과 평가 기준 공개 요구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관건은 한전이 후보 경과지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주민들에게 선정 근거를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느냐다.
특히 부여지역에서는 기존 송전선로에 따른 누적 부담, 양화·충화지역으로의 우회 경위, 보령과 맞닿은 경계지역의 갈등 가능성, 농업지역의 영농 피해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국가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이 지역사회의 일방적인 희생을 의미할 수는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후보 경과지 공개가 또 다른 지역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 충분한 정보 공개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노선을 찾는 계기가 될지 한전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