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축제정림사지 밤에 빠진 가족들… 부여 야행 '선비체험·탑돌이' 성황

정림사지 밤에 빠진 가족들… 부여 야행 ‘선비체험·탑돌이’ 성황

3일간 선비체험·탑돌이 매일 2회씩 진행… 지역 주도형 ‘에듀테인먼트’ 표준 모델 제시

‘2026 부여 국가유산 야행’의 핵심 연계 프로그램인 ‘향교 선비체험’과 ‘정림사지 오층석탑 탑돌이’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사비 백제의 기록 매체인 ‘목간’을 테마로 한 이번 행사는 정림사지 일원과 부여향교를 잇는 다채로운 체험으로 밤의 고도(古都)를 환히 밝혔다.

선비체험 탑돌이
부여향교에 마련된 선비체험 공간에서 도포와 갓을 갖춰 입은 어린이 참가자들이 강사의 예절 교육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전통 악기 연주가 울려 퍼지는 향교 마당에서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만의 다짐을 족자에 기록하고 있다.
전통 악기 연주가 울려 퍼지는 향교 마당에서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망을 담은 글을 목간에 기록하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2026 부여 국가유산 야행'에 참가한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부여향교에서 선비체험을 마친 뒤, 한복을 입은 강사의 안내에 따라 각자의 소망을 담은 나무 연등을 들고 '탑돌이' 행사가 열리는 정림사지 오층석탑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 부여 국가유산 야행’에 참가한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부여향교에서 선비체험을 마친 뒤, 한복을 입은 강사의 안내에 따라 각자의 소망을 담은 나무 연등을 들고 ‘탑돌이’ 행사가 열리는 정림사지 오층석탑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선비체험을 마치고 부여 정림사지에서 관람객들과 함께 연등을 든 채, 화려한 미디어아트로 장식된 정림사지 오층석탑 주위를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에 참여하고 있다.
선비체험을 마치고 부여 정림사지에서 관람객들과 함께 연등을 든 채, 화려한 미디어아트로 장식된 정림사지 오층석탑 주위를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19일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연계 프로그램은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선비체험과 탑돌이가 각각 1일 2회씩 진행됐다. 향교 선비체험은 회당 20명으로 예약 인원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체험을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몰리며 일평균 50여 명이 참여하는 열기를 보였다. 정림사지에서 진행된 탑돌이 역시 일반 관광객들까지 현장에서 참여하며 평균 100여 명의 행렬을 이뤘다.

이처럼 제한 인원을 두 배 이상 초과한 선비체험과 대규모 탑돌이 행렬은 단순한 ‘눈요기식 관람’을 넘어선 ‘체험형 역사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강력한 갈증을 입증했다. 죽은 유물이 아닌, 살아있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콘텐츠로서 지역 유산이 훌륭한 야간 체류형 관광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 대목이다.

흥행의 비결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6단계 몰입형 체험 코스에 있었다. 참가자들은 직접 전통 복식을 입고 인사법을 배운 뒤, 부여향교와 백제의 역사에 대해 듣고 나무 족자인 ‘목간’에 소망을 새겼다. 이어 다도와 우리 전통 음악을 감상하며 정적인 공간에서 생동감 넘치는 역사 교육을 받았다. 체험의 대미를 장식한 정림사지 탑돌이는 석탑 표면에 백제 문양과 목간 글귀를 투사하는 첨단 미디어아트를 결합해 전통 의례를 현대적 시각 예술로 완벽히 승화시켰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매끄럽게 이끌어간 주관 단체 ‘부여전통문화연구회’의 실무 운영 능력이다. 통상 지자체의 대형 축제는 외부 대형 기획사에 예산과 실무가 집중되어, 행사 직후 지역 내에 남는 문화적 자산이 빈약하다는 고질적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 행사는 지역 기반 단체가 행사를 진행하며 예산의 지역 내 선순환과 자생적 문화 역량 강화를 동시에 이뤄냈다. 관 주도의 하향식 행사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과 단체가 주도하는 문화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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