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지역 ‘흡수통합’ 우려 확산 속 통합 필요성 강조…“교명·본부 문제에만 매몰돼 기회 놓쳐선 안 돼”
대전시장·충남대·공주대 총장과 4자 회동 추진…“공주에 손해 없는 안전장치 마련해야”
“일방적 흡수통합 철저히 막겠다”…정부 거점국립대 집중 육성 경쟁 속 충남권 대응 강조
국립공주대학교와 충남대학교 통합을 둘러싸고 공주지역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거점국립대 육성정책을 들어 통합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박 지사는 공주대와 충남대가 현재와 같은 체제로 각각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공주대가 충남대에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방식의 통합은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합 과정에서 공주시가 경제적 손실을 입거나 공주대의 역사와 지역민의 자부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지사는 20일(목) 도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주대·충남대 통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이날 중 대전시장과 충남대 총장, 공주대 총장 등과 비공식 4자 회동을 갖고 통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공주대서 통합 반대 토론회…박 지사 “현실도 냉정하게 봐야”
박 지사의 이날 발언은 공주대 동문사회와 공주시민 사이에서 통합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19일(수) 오후 국립공주대 대학본부 국제회의실에서는 공주대 총동문회 통합반대추진위원회 주관으로 ‘대학 통합 추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통합 추진의 법적·행정적 절차와 지역사회 의견 수렴 여부를 비롯해 통합 교명과 법적 주소지, 공주대의 정체성 유지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통합 대학의 교명이 ‘충남대학교’로 결정되고 법적 주소지가 대전으로 정해진 것을 두고 공주지역에서는 당초 전제로 했던 ‘대등한 통합’이 사실상 충남대 중심의 흡수통합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지사는 일정상 전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기자가 토론회에서 제기된 반대 여론과 통합에 대한 도지사의 견해를 묻자, 박 지사는 지역사회의 우려를 이해하면서도 현재 지방대학이 처한 현실을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대 10개에서 3개로”…정부 지원 경쟁 더 치열해질 것
박 지사가 통합 필요성을 강조한 가장 큰 배경은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변화와 학령인구 감소다.
박 지사는 당초 거점국립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이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서울대 3개 만들기’ 방식으로 축약·조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이 줄어들 경우 거점국립대를 둘러싼 정부 재정지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지사의 판단이다.
박 지사는 이러한 상황을 충남지역 대학들이 대응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로 보고 있다.
정부가 모든 지역 국립대에 재원을 분산하기보다 경쟁력을 갖춘 일부 대학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경우, 대학 간 통합이나 구조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지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지원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 문제도 단순히 두 대학의 교명이나 본부 소재지를 정하는 문제를 넘어, 향후 충남·대전권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박 지사의 인식이다.
“교명·대학본부 요구 이해하지만 거기에만 매몰돼선 안 돼”
박 지사는 공주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등한 통합’ 요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공주대의 교명을 지키고 대학본부를 공주에 두어야 한다는 동문과 시민들의 요구에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교명이나 대학본부 소재지 문제에만 논의가 집중되면서 정부의 대학 육성정책에 대응할 시기를 놓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가 지방대학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학의 생존과 발전 가능성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지사는 현재의 여건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공주대와 충남대 모두 각각의 대학이 독자적으로 장기적인 생존과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판단도 내놨다.
이는 최근 공주지역에서 제기되는 통합 반대론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이다.
다만 박 지사는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충남대 중심의 일방적인 흡수통합’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히 했다.
“공주대 구성원과 시민에게 손해 아니라는 것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박 지사는 지역사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통합의 당위성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주대와 충남대의 통합이 실제로 공주대 학생과 교직원, 동문은 물론 공주시민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이 공주대 구성원과 공주시민에게 결코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과학적인 분석과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주지역의 반발이 단순히 대학 이름을 지키자는 정서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지역경제와 인구, 상권, 청년층 유입 등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주대는 오랜 기간 공주시의 교육·문화·경제를 떠받쳐 온 주요 기관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대학의 주요 기능이 대전으로 이동하거나 공주캠퍼스의 위상이 낮아질 경우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우려다.
박 지사가 공주시의 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충북대·한국교통대 사례도 거론…“기회 놓쳐선 안 돼”
박 지사는 다른 지역 대학의 통합 추진 과정도 언급했다.
그는 충북대와 한국교통대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과 통합 차질 사례를 거론하며, 대학 내부와 지역사회 갈등으로 정부 지원과 대학 도약의 기회를 놓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통합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설득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갈등이 장기화해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할 시기를 놓치는 것 역시 지역 대학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지사가 강조한 것은 결국 ‘통합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정부의 대학정책 변화에 대응하면서 공주대와 충남대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론이다.
대전시장·양 대학 총장과 ‘4자 회동’…충남도 입장 전달
이런 가운데 박 지사는 이날 중 대전시장과 충남대 총장, 공주대 총장 등과 비공식적인 4자 회동을 갖고 통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동에서는 통합 대학의 운영 방향과 공주대의 위상, 지역사회에서 제기되는 흡수통합 우려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박 지사는 이 자리에서 충남도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핵심은 공주대가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통합을 막는 동시에 공주시가 입을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지역민이 갖고 있는 공주대에 대한 자부심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정책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의 거점국립대 육성정책에 대응해 발전 기회를 확보하되, 그 과정에서 공주대와 공주지역이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하는 구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충남도의 기본적인 방향으로 읽힌다.
“흡수통합은 막겠다”…이제 관건은 구체적 안전장치
박 지사의 이날 발언으로 공주대·충남대 통합에 대한 충남도의 입장은 비교적 선명해졌다.
통합 필요성 자체에는 무게를 두되, 충남대 중심의 일방적인 흡수통합은 막겠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논쟁의 초점은 ‘통합 찬성이냐 반대냐’를 넘어 어떤 조건으로 통합할 것인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주캠퍼스의 기능과 위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주요 단과대학과 학과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대학본부와 행정 기능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정부 지원 예산을 캠퍼스별로 어떤 원칙에 따라 배분할 것인지 등이 실질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통합 이후에도 공주대가 담당해 온 충남지역 국립대학의 역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박 지사가 약속한 ‘공주시의 경제적 손실 방지’와 ‘지역민의 자부심을 지키는 안전장치’가 향후 통합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구체적인 내용으로 담길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지역사회 설득 없이는 통합도 순탄치 않아
무엇보다 공주지역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향후 통합 추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날 열린 토론회에서는 김영창 공주대 총동문회 통합반대추진위원장을 비롯해 동문과 지역 인사들이 절차적 정당성과 지역사회 의견 수렴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병도 충남교육감도 공주대 총동문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통합이 빠르게 진행되는 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정부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현실론’만으로 지역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교명이나 본부 소재지 문제만을 앞세워 정부의 고등교육 구조개편 흐름을 외면하는 것 역시 대학의 장기적인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박 지사의 판단이다.
결국 박 지사가 제시한 해법은 정부 정책에는 기민하게 대응하되 공주대가 일방적으로 희생되지 않는 통합 조건을 만들어 지역사회를 설득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공주대·충남대 통합 문제가 대학 내부를 넘어 공주시와 충남도, 대전시의 주요 현안으로 확산된 가운데, 박 지사가 예고한 대전시장·양 대학 총장과의 4자 논의에서 어떤 해법이 제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