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충남’ 간판 유지, 13년 된 집무실 집기·8년 사용한 관용차도 계속 활용
“도정은 이어지고 예산은 아낀다”… 전임 도정 존중과 실용행정 의지 눈길
민선 9기 출범 이후 충남도정에 새로운 슬로건인 ‘통(通)하는 충남’이 제시됐지만, 충남도청 곳곳에는 여전히 민선 8기 도정 비전인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이 남아 있다.





과거 새 도정이 출범하면 도정 비전 간판과 홍보물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전임 도정의 상징물을 서둘러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전임 도정의 성과를 존중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겠다는 실용 행정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좋은 문구는 이어가자”… ‘힘쎈충남’ 간판 그대로
충남도청 북측 지하주차장 입구와 내포신도시 고속·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는 지금도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이라는 대형 입체 간판이 설치돼 있다.
또한 내포신도시 관문인 홍북터널 양쪽 입구에도 붉은 조명이 들어오는 ‘힘쎈충남’ 간판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도청사와 사업소, 주요 도로변 등에 설치된 도정 비전 관련 시설물 72개 가운데 7개도 여전히 기존 문구를 유지하고 있다.
민선 9기 출범 후 보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새로운 도정 슬로건만을 앞세우기보다 기존 도정 비전을 함께 존중하는 모습은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라는 평가다.
박수현 지사는 취임 전 열린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종합보고회에서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도 좋은 문구 아니냐”라며 간판 교체를 최소화하고 홍북터널 등 주요 시설의 입체 간판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복지충남·힘쎈충남 모두 충남의 역사”
박 지사는 지난 1일 취임식에서도 전임 도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1995년 지방자치 이후 이어져 온 충남도정은 시대마다 도민의 요구에 응답하며 발전해 왔다”며 양승조 전 지사의 ‘복지충남’, 김태흠 전 지사의 ‘힘쎈충남’을 언급한 뒤 “이러한 도정의 역사는 모두 존중받아야 하며, 민선 9기 역시 그 성과를 계승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새 도정이 이전 정책을 단절하기보다 성과를 이어받아 발전시키겠다는 연속성의 행정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책상도, 의자도, 관용차도… “쓸 수 있으면 계속 쓴다”
박 지사의 ‘계승 행정’은 상징적인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도지사 집무실과 접견실, 휴게실에 놓인 책상과 회의 테이블, 손님용 의자 등 대부분의 집기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집무실 집기 대부분은 2012년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할 당시 구입한 것으로, 13년이 넘도록 수리와 보수를 거쳐 사용 중이다. 이후 민선 7·8기 동안 필요한 집기 일부만 추가 구입해 현재 63점이 사용되고 있으며, 박 지사는 집무용 의자 2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집기를 교체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생긴 파손은 새 제품으로 교체하기보다 수리를 통해 활용하고 있다.
도지사 전용 관용차인 이른바 ‘1호차’ 역시 그대로 이어받았다.
현재 운행 중인 차량은 2018년 등록된 승용차로, 민선 7기와 민선 8기를 거쳐 민선 9기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전임 도정에서 사용하던 차량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운행함으로써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보물도 폐기 대신 활용… “예산 아끼는 것이 행정”
도는 이 밖에도 민선 8기 당시 제작한 도정신문 포장 비닐 등 인쇄물을 폐기하지 않고 남은 물량을 약 두 달간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단순히 슬로건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물품을 폐기하기보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끝까지 활용하는 것이 예산 절감과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도 관계자는 “예전에는 새 도정이 출범하면 간판과 홍보물을 대부분 교체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전임 도정의 성과를 존중하면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했다”며 “과거 형이 쓰던 물건을 동생이 물려받아 사용하던 우리의 따뜻한 미풍양속을 행정에 접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정 비전 간판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설치하는 데만 수억 원이 소요되고, CI까지 전면 교체할 경우 약 30억 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하는 충남’의 첫 메시지는 ‘계승과 실용’
민선 9기 충남도정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과거를 지우기보다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도정 슬로건은 바뀌었지만 전임 도정의 성과를 인정하고, 사용 가능한 시설과 물품은 그대로 활용하는 모습은 ‘계승’과 ‘실용’을 중시하는 박수현 도정의 행정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불필요한 교체보다 도민의 혈세를 아끼는 선택을 우선한 점에서, 민선 9기 충남도정이 앞으로도 예산 효율성과 정책의 연속성을 함께 추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