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산에 갇힌 부여 미술, 이제는 깨워야”… 부여미술인연대, 정책 제안
부여민예총 등 주요 단체 결집해 5대 혁신안 제시… 지방선거 후보자 대상 질의서 발송
부여 지역의 예술인들이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여의 ‘멈춰버린 미술 행정’을 혁신하기 위해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습니다. 부여민예총, 사비미술연구회, 사비돌꽃, 부여서각협회, 둥구나무 수채화사랑, 노드트리, 생산소, 33스튜디오 등 8개 지역의 주요 미술 단체와 현장 예술가들은 ‘부여미술인연대’를 결성하고, 부여군수 및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에게 정책질의서를 순차적으로 전격 발송했습니다.

이들은 부여가 훌륭한 세계적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 지원이 여전히 ‘과거 유산 보존’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미술 인프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젊은 예술가들이 터전을 떠나는 등 지역 예술 생태계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절박함이 이번 연대의 배경입니다.
‘미래를 위한 5대 핵심 요구’… 행정 혁신에 방점
부여미술인연대가 제시한 정책질의서는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구체적인 5가지 혁신안을 담고 있습니다.
- 문화유산과 현대미술의 융합 거버넌스
세계유산인 부소산성, 백마강 등을 동시대 미술과 연계하는 통합 정책을 수립하고, 기획 단계부터 현장 작가들이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 예술인 권리 보장 및 시설 확충
예술을 ‘시혜적 복지’가 아닌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정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휴 시설의 레지던시(창작 공간) 전환과 장기적인 부여군립미술관 건립 타당성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 폐교 재생을 통한 정주 기반 조성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폐교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선해 공공 아틀리에로 만들고, 예술인 창작 수당(연 120~150만 원)을 도입해 외부 창작자의 유입과 정착을 돕는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자는 구상입니다.
-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제 전환
특정 단체 중심의 지원 관행을 타파하고, 전업 작가와 청년 작가 등 대상별 맞춤형 공모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심사 결과 공개를 명문화하고 현장 작가 비중이 높은 상설 문화예술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 부여만의 고유 브랜드 ‘야생미술(Wild Art)’ 육성
백마강 생태 복원과 미술을 결합한 ‘백마강 국제야생미술비엔날레’ 추진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을 증언하는 부여만의 예술 양식인 ‘야생미술’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건물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라”… 18일까지 답변 요구
부여미술인연대는 성명문을 통해 “행사의 예산을 사람(예술가)에게, 스쳐 가는 관광을 머무는 창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축제는 잠시지만 예술가는 지역에 영원히 남아 미래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역설한 것입니다.
이번 정책질의서에 대한 후보자들의 회신 기한은 2026년 4월 18일(토) 18:00까지입니다. 연대 측은 회신 결과를 정밀 분석하여 유권자와 예술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며, 답변 여부를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잣대로 삼겠다고 밝혀 지방선거판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목소리의 통합, ‘미술 권력’의 재편
부여민예총과 서각협회 등 성격이 다른 단체들이 ‘부여미술인연대’로 뭉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이는 기존의 관 주도 행정에 대한 예술인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연대는 향후 부여군 문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민간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존’에서 ‘생성’으로, 농촌 예술의 신모델
단순히 벽화를 그리거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폐교를 창작 거점으로 만들고 생태 복원을 예술화하자는 제안은 인구 소멸 지역의 새로운 생존 전략입니다. 특히 ‘야생미술(Wild Art)’이라는 개념은 기후 위기 시대에 부응하는 독창적인 로컬 브랜딩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정치적 검증대에 오른 ‘문화 예술’ 공약
후보자들의 답변을 실명으로 공개하겠다는 전략은 정치권을 향한 강력한 압박입니다. 유권자들은 이제 후보자들이 문화 예술을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지, 아니면 지역 소멸을 막을 핵심 동력으로 여기는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