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뉴스지역정치민병희 충남도의원 “부여를 대한민국 최초 ‘AI 고령친화도시’로”

민병희 충남도의원 “부여를 대한민국 최초 ‘AI 고령친화도시’로”

의료·돌봄·인구감소 겹친 농촌에 AI 접목 제안…“2027년 시범사업 예산 편성해야”

민병희 충남도의원(부여1·더불어민주당)이 초고령화와 의료·돌봄 공백에 직면한 부여군을 대한민국 최초의 ‘AI 고령친화도시’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인공지능을 산업 육성 수단에만 머물게 하지 말고 농촌 노인의 생명과 건강, 일상을 지키는 생활밀착형 복지정책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병희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7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충남도의회)
민병희 의원이 지난 14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7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충남도의회)

민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7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인공지능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도 충남 농촌지역은 의료 공백과 돌봄 공백, 인구 감소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인공지능 기본사회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이 제시한 구상의 핵심은 부여의 초고령화 현실과 백제 역사문화 자산에 인공지능 기술과 복지정책을 결합하는 것이다. 첨단기술 중심의 스마트도시가 아니라 고령 주민의 안전과 건강, 사회적 관계 회복을 우선하는 ‘농촌형 AI 복지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다.

“AI 경쟁에서 농촌과 고령층 소외돼선 안 돼”

민 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AI 기술 발전의 혜택이 수도권과 대도시, 기업과 젊은 세대에 집중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특히 농촌지역은 의료기관과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아 고령 주민이 제때 진료를 받기 어렵다. 독거노인과 고령 부부가구 증가로 일상적인 안부 확인과 응급상황 대응에도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민 의원은 이 같은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기존 인력과 시설의 단순 확충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부족한 의료·돌봄 인력을 보완하고, 위험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상시 보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AI를 산업 경쟁력 확보나 행정 효율화 수단으로만 바라보던 기존 접근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제안이다. 기술을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직접 투입하고, 농촌 고령자의 생활환경을 중심으로 관련 정책을 재설계하자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AI 안부 확인·응급 감지로 ‘돌봄안전망’ 구축

민 의원이 첫 번째로 제안한 사업은 ‘AI 돌봄안전망’ 구축이다.

고령자 가정에 인공지능 스피커와 각종 감지 장비를 설치해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평소와 다른 생활패턴이 나타날 경우 보호자나 복지 담당자에게 알림을 보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낙상이나 화재, 장시간 미동이 없는 상황 등 응급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독거노인 고독사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혈압과 혈당, 맥박 등 건강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보건소나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건강 모니터링 체계도 사업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돌봄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장비 보급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상신호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출동할 인력과 기관별 대응 절차, 야간·휴일 연락체계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

원격협진·디지털 건강기록 연계한 의료지원 플랫폼

두 번째 제안은 부여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한 ‘AI 의료지원 플랫폼’ 도입이다.

민 의원은 보건소와 보건지소, 지역 의료기관, 상급병원 사이에 원격협진 체계를 구축하고 AI 건강관리와 디지털 건강기록 서비스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고령 주민이 거주지 인근 보건기관에서 혈압과 혈당 등 기본 검사를 받고, 필요한 경우 지역 의료진과 상급병원 전문의가 정보를 공유하며 진료방향을 협의하는 방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개인의 건강기록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면 질병 악화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복약관리나 만성질환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병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교통 취약지역 주민에게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보완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원격협진의 범위와 의료인 책임, 개인정보 보호, 고령자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등은 사업 시행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민 의원의 제안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의료기관과 보건당국, 복지부서가 참여하는 세부 운영모델이 필요하다.

백제문화 활용한 치매 예방사업 제시

민 의원은 부여가 보유한 백제 역사문화 자원을 고령자 건강정책과 연계하는 방안도 내놨다.

부소산성과 정림사지, 궁남지 등 지역의 역사문화 공간을 활용해 고령자 걷기 프로그램과 문화해설 프로그램, 디지털 역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구상이다.

단순한 관광 프로그램이 아니라 걷기운동과 기억 회상, 역사교육, 주민 교류를 결합한 치매 예방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고령 주민들이 익숙한 지역 역사와 장소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고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도록 하면 인지기능 유지와 정서적 안정, 사회적 고립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백제 유적을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로 체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검토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요양시설 입소자에게는 직접 이동하지 않고도 지역의 역사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로당을 ‘AI 복지 거점’으로 전환

마을 경로당의 기능을 확대하는 ‘AI 경로당 구축사업’도 주요 제안에 포함됐다.

현재 경로당이 주민들의 휴식과 친목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면, 앞으로는 건강관리와 디지털 교육, 복지상담, 공동체 돌봄을 제공하는 생활권 복지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로당에 혈압·혈당 측정기와 건강관리 장비를 설치하고, 이용자의 동의를 전제로 건강정보를 보건기관과 연계하면 만성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법과 모바일 행정서비스, 비대면 금융거래, 무인민원기기 이용법 등을 가르치는 디지털 교육도 함께 운영할 수 있다. AI 기술의 혜택을 확대하는 동시에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각 경로당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과 돌봄 인력, 보건기관을 연결하면 고령자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돌봄 공백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27년 본예산에 시범사업 반영해야”

민 의원은 정책을 선언에 그치게 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했다.

그는 충남도가 2027년도 본예산에 가칭 ‘AI 고령친화도시 시범사업’ 예산을 편성해 부여군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연구용역을 조속히 추진해 충남형 AI 기본사회 모델의 사업 범위와 운영체계, 재원 조달방안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은 부여군 전체에 장비와 서비스를 일괄 도입하기보다 고령화율과 의료 접근성, 독거노인 수 등을 고려해 대상 지역을 선정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사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평가기준도 필요하다. 응급상황 발견 건수와 병원 이용 편의성, 만성질환 관리율, 고독사 위험 감소, 서비스 이용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사업 종료 후 장비가 방치되거나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유지관리 비용과 전문인력 확보 방안도 초기 설계 단계부터 포함돼야 한다.

관련 조례 제정해 제도적 기반 마련

민 의원은 충남도 차원의 관련 조례 제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례에는 AI 돌봄서비스 지원과 디지털 건강관리 체계 구축, 고령친화 스마트도시 조성, 관련 기관 협력과 재정지원 등에 필요한 사항을 담을 수 있다.

조례가 제정되면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 근거를 확보하고 담당 부서가 바뀌더라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충남도와 부여군, 보건기관, 의료기관, 복지시설, 민간 기술기업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면 AI 돌봄서비스가 고령자의 음성과 행동, 건강정보를 다루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원칙을 조례와 사업지침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예상된다.

서비스 이용 여부를 주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수집하는 정보의 범위와 보관기간, 제3자 제공 여부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기술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주민을 위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 절차도 필수적이다.

기술보다 사람…지속 가능한 운영모델이 관건

민 의원의 제안은 초고령 농촌지역이 겪는 의료·돌봄 문제를 인공지능과 지역문화 자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을 첨단기술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실증과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부여에서 사업의 효과가 확인되면 충남의 다른 농촌지역과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기술 자체보다 운영체계다. AI 장비를 보급하더라도 이를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거나 응급상황 발생 후 대응이 늦으면 실질적인 돌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건소와 소방, 복지부서, 의료기관이 정보를 공유하고 즉시 움직일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령자가 어렵지 않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비와 프로그램을 단순하게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 의원은 “AI 기본사회의 가치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게 있다”며 “기업보다 도민을, 도시보다 농촌을 생각하는 AI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최초의 AI 고령친화도시를 실현하고, 부여에서 성공한 모델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 의원의 제안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충남도의 2027년도 예산 편성과 연구용역 착수 여부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을 농촌 고령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 부여가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지 주목된다.

스토리스팟(강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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