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한국중부발전 상임감사위원
| 이용우 한국중부발전 상임감사위원(전 부여군수) |
연말 연시는 숨가쁘게 내 닫 던 발걸음도 잠시 주춤해지고, 마음마저 넉넉해지는 시간이다. 작은 배려에도 웃고, 오래된 상처도 덮어두고, 서로를 향해 한 발씩 더 다가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맘때 쯤이면 도심마다 X-MAS 트리에 불빛이 들어 오고, 교회마다 캐롤이 울려 퍼진다.크리스마스 캐롤은 사람들의 무거웠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고, 거리에 세워진 트리는 차가운 겨울 공기속에서도 따뜻함을 준다.
이토록 거리는 밝고 환한데, 우리의 정치는 여전히 겨울의 언어, 겨울의 마음, 겨울의 태도에 매몰돼 어둡기만 하다. 도시는 환한데, 권력의 세계만 캄캄한 셈이다.
서로를 향한 삿대질, 끝모를 정쟁, ‘이기는 것’만이 정의가 된 현실이다. 정치권만 이 계절의 의미와 너무나도 많이 동떨어져 있어,서로를 이기기 위한 말의 창과 방패만 번쩍거릴 뿐, 베들레헴의 새벽별처럼 어두운 길을 밝혀줄 선의(善意)의 빛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성경은 정치인을 위한 책은 아니지만, 정치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장34절)는 명령은 편 가르기가 아니라 서로를 품는 힘을 뜻한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낮은 자를 돌보라)”(야고보서 1장27절) 는 말씀은 표 계산이 아니라 약자의 고통을 먼저 보는 눈을 가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마태복음 20장26절)는 가르침은 권력의 높이가 아니라 마음의 깊이를 묻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정치는 이 단순한 진리를 잊고 있다.
서로를 위로하기보다 서로에게 상처 입히고, 진실보다 자기편에 유리한 말만 해대고, 공동체보다 진영의 승리만을 따진다.
이것은 단지 정치의 실패가 아니라 사랑의 부재다. 사랑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다.
정치가 이 ‘사랑의 기술’을 장착하기 시작하면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다. 그 순간 정치도 인간의 얼굴을 되찾을 것이다.
거리의 X-MAS 트리가 반짝이는 이유는 단순한 장식 때문이 아니다. 빛은 언제나 어두운 자리에서 가장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빛이 필요한 곳은 정치다. 이제 성탄의 불빛은 정치판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