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설립 스마트농업 전문기업…센서부터 환경제어·양액·농장경영까지 하나로
‘팜내비’ 중심 IoT 복합환경제어 기술 축적…RAG 기반 AI 영농지원·블록체인으로 영역 확대
온실·노지·수직농장·축산까지 적용…“장비 판매 넘어 농업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
농업이 경험과 감각의 영역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농촌 고령화,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 앞에서 농업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 유성구에 본사를 둔 ㈜팜패스(FarmPath)는 이 변화의 한복판에서 ‘데이터가 안내하는 농업’을 내걸고 스마트농업 기술을 개발해 온 애그테크(AgTech) 기업이다.
2011년 설립된 팜패스는 농업용 복합환경제어시스템과 농장경영정보시스템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현재는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환경제어, 양액관리, 농장경영 소프트웨어를 넘어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검색증강생성) 기반 AI와 블록체인까지 접목하며 농업의 생산과 경영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농업에도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
팜패스라는 회사 이름에는 기업이 지향하는 방향이 담겨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복잡한 도로에서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듯 농업에서도 기후와 토양, 작물 생육, 시설환경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농민에게 보다 나은 재배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홈페이지 전면에 내건 문구도 ‘농업의 모든 길, 데이터가 안내합니다’이다. 환경이 변하면 데이터를 토대로 경로를 다시 탐색하는 ‘농업 내비게이션’이 팜패스가 그리는 스마트농업의 모습이다.
팜패스의 특징은 특정 장비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는 농업 현장의 데이터 흐름을 크게 인식(Perception)→제어(Control)→급액(Fertigation)→경영(Management)의 4단계로 구분하고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있다.
첫 단계에서는 온·습도와 이산화탄소(CO₂), EC·pH, 일사량, PAR, 식물 온도와 기상정보 등을 센서로 수집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수집된 데이터를 환경제어기에 전달해 농장 시설을 제어한다.
세 번째는 양액과 수분 관리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물과 양분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액까지 측정해 보다 정밀한 양분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마지막은 농장경영관리시스템(FMS)이다. 생산 이후 출하·판매·정산을 통합하고 실시간 시세 등을 연계해 농민의 경영 판단을 지원한다. 농장의 센서에서 시작한 데이터가 생산과 출하, 경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핵심 기술 ‘팜내비’…농장 환경을 손안에서 제어
이 같은 기술 구조의 중심 가운데 하나가 복합환경제어기 ‘팜내비(FarmNavi)’다.
팜패스는 팜내비를 PC 없이 터치스크린에서 설정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제어와 최대 64채널 모듈형 확장이 가능한 환경제어 시스템으로 소개하고 있다.
팜내비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17년 중앙일보 영문판의 국내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팜 관련 보도에서도 팜패스와 팜내비가 소개됐다. 당시 팜내비는 센서를 통해 온실 환경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농민이 스마트기기나 온실 인근 키오스크에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명됐다. 수집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축적하고 분석해 작물 생육 최적화와 생산량 향상에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팜패스가 운영하는 ‘애그리시스 아다스(AGRISYS ADAS)’ 모바일 서비스에서는 이 기술이 AI 영역으로 한 단계 확장되고 있다.
온도·습도·조도·CO₂·토양수분 등의 환경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환경제어기와 양액기, 센서노드를 모니터링·제어하고, AI와 머신러닝을 이용한 작물 재배환경 분석·예측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온실 넘어 노지·수직농장까지
팜패스가 그리고 있는 스마트농업의 영역은 시설하우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실에서는 유리온실과 비닐하우스의 복합환경을 제어하고, 노지에서는 기상스테이션과 연계해 과수·밭작물의 정밀 관수를 지원한다. 실내·수직농장에서는 LED 정밀제어와 양액·배액 최적화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농업장비를 AI·데이터 기반 제품으로 바꾸는 기업 간 협업도 사업 영역이다.
팜패스는 양액기와 환경제어기, 센서, 농기계 등에 IoT·소프트웨어·데이터·AI 기술을 결합하는 공동개발과 OEM·ODM, 화이트라벨, API·SaaS 등의 사업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AI 양액기를 통한 배액 분석과 급액 추천, VPD(증기압포차)를 활용한 AI 환경제어, 구독형 농업 SaaS, AI 병해충 상담, 축산 환경·개체 상태 모니터링, 출하량 예측, 엣지 AI 기반 오프라인 자율제어 등이 회사가 제시하는 확장 분야다.
‘AI가 제안하고 농민이 결정한다’
팜패스가 최근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AI다.
회사는 검증된 농업 컨설팅 데이터를 토대로 RAG 기반 AI 영농비서와 병해 진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작물 사진을 이용해 병해를 감지하고 유사도에 따라 병해 후보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AI가 농민을 완전히 대체하도록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사가 내세우는 원칙은 ‘AI suggests, you decide’, 즉 ‘AI가 제안하고 농민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AI의 분석과 추천을 활용하되 최종적인 농업적 판단은 농민에게 남겨두겠다는 개념이다.
팜패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스마트팜 3.0을 겨냥해 ‘Agentic AI’를 활용한 자동제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단계에서 벗어나 농장 환경을 이해하고 필요한 제어를 제안·수행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기후변화 시대, VPD 등 ‘식물 중심 데이터’에 주목
스마트팜의 핵심은 시설을 원격으로 여닫는 것만이 아니다. 팜패스 역시 단순 자동화에서 벗어나 ‘작물이 실제로 어떤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가’를 데이터로 판단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VPD다. VPD는 공기 중 수분 상태와 식물의 증산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환경지표다.
팜패스의 시스템은 환경데이터를 활용해 VPD를 비롯해 GDD(생육도일), ETo(기준증발산량), 관수 필요량 등을 계산하고 농장 관리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농민의 경험을 부정하는 접근이라기보다 숙련 농민이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했던 판단 기준을 데이터로 보완하고,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농이나 신규 농업인도 객관적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볼 수 있다.
병해충부터 농장 경영까지…데이터 한곳에 모은다
농업 데이터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팜패스가 공개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날씨와 병해 경보, 실시간 출하 시세, 데이터 신뢰도 등을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모바일에서는 온·습도, CO₂, 일사량 등의 기간별 변화를 확인하면서 농장 현장에서 곧바로 제어 기능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병해충 관리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팜패스 시스템개발팀이 개발한 ‘에코윙 스마트트랩’은 트랩에 포획된 해충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연간 누적 포획자료와 온·습도 등 기상자료를 기록·보관한다. 이를 분석해 방제시기 판단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기술은 앞으로 스마트농업의 경쟁이 ‘좋은 장비를 얼마나 많이 설치했느냐’보다 ‘농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IoT+블록체인’…생산 이력 신뢰까지 겨냥
팜패스가 생산단계를 넘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분야는 농산물 이력과 데이터의 신뢰성이다.
회사는 환경제어기와 IoT에서 수집되는 재배정보를 블록체인 영농일지와 결합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센서와 팜내비가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면 이를 블록체인 기반 영농일지에 기록하고, 소비자는 QR코드 등을 통해 생산정보를 확인하도록 하는 구조다.
궁극적으로는 생산자와 유통업체,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농산물 생산정보의 신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스마트팜뿐 아니라 ‘Farm-to-Fork’ 공급망 관리까지 사업영역으로 설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5년 현장 경험…해외 ODA까지 영역 확대
팜패스는 2011년 설립 이후 15년 동안 스마트농업 현장에서 기술을 축적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팜패스 시스템은 영농·산림조합을 비롯해 토마토·엽채류·임산물·축산 등 4개 품목군에 적용돼 있으며, 국립 산림 연구기관과 청년임대농장, 대학 연구팀, 민간기업 등과도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다. 구체적인 고객사 명칭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외 진출 경험도 있다. 팜패스는 파키스탄 ODA 사업을 통해 현지어와 위치 기반 서비스를 구축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한국어와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다국어 지원과 단위·통화 변환 등 해외시장 현지화도 추진하고 있다.
농민에게 기술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가르친다
팜패스가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대목은 교육이다.
회사는 ‘FarmPath Academy’를 통해 증산의 기본원리부터 VPD를 이용해 재배 기준점을 설정하는 방법 등을 영상과 교육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팜 장비를 설치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농민이 기술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스마트농업이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이 부분은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시스템을 설치하더라도 농민이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고장·이상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 장비회사’에서 ‘농업 AI 플랫폼 기업’으로
팜패스의 현재 사업 구조를 종합하면 회사가 향하는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과거의 스마트팜이 센서와 자동개폐기, 관수장치 등 ‘시설 자동화’에 집중했다면 팜패스는 이를 센서→데이터 수집→환경제어→양액관리→AI 분석→경영관리→유통·이력관리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 측이 스스로를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업체가 아닌 ‘지능형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비료·투입재 절감, 수확량 증가, 노동시간 감소 등의 수치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예상 효과인 만큼 실제 농가의 작목과 시설, 재배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농업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도 기술 자체뿐 아니라 장기간의 현장 실증과 경제성 검증이 함께 요구된다.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기후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농업의 디지털 전환은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결국 경쟁력은 농장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이를 농민에게 실질적인 ‘수확과 소득’으로 돌려주느냐에 달려 있다.
15년 동안 스마트농업 현장을 걸어온 팜패스가 이제 AI와 데이터, IoT를 하나로 묶어 ‘농업 내비게이션’을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팜패스 공식 홈페이지](https://www.farmpath.net/)
회사 개요: ㈜팜패스(FARMPATH)는 2011년 설립된 대전 소재 중소기업으로 장유섭 대표가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