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간신문 ‘곳간이 비었다’ 보도가 논쟁 촉발…강한 위기 표현 놓고 공방
이용우 “기금 소진·미래 군비 부담 심각”…서장원 “지방채 없고 감소 원인 따져야”
자산 4조1291억원·지방채무 0원…“재정 파탄은 아니지만 가용재원 압박은 현실”
부여군 재정을 둘러싼 논쟁은 최근 지역 한 주간신문이 ‘부여군 곳간이 비었다’는 강한 표현을 앞세워 재정 위기를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해당 보도는 가용재원 부족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감소, 대규모 투자사업의 향후 군비 부담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러나 ‘곳간이 비었다’는 표현이 실제 부여군 재정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는지를 놓고 지역사회에서 반론이 제기됐고, 결국 이용우 부여군수와 서장원 부여군의원의 공개 공방으로까지 확대됐다. 확인된 자료 역시 해당 보도가 재정 압박을 보여주는 지표를 강조한 반면 지방채와 자산·부채 등 다른 건전성 지표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곳간이 비었다’ 보도에서 시작된 공방
이용우 군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사실상 소진되고 세출 규모와 대규모 투자사업의 향후 군비 부담이 커진 만큼 강도 높은 재정구조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장원 의원은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1조원을 넘고 지방채 발행에 따른 채무도 없는 상황에서 ‘곳간이 비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며, 코로나19와 자연재해, 정부 세수결손 등 기금 감소의 원인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 모두 같은 재정자료를 보고 있지만 강조하는 지점은 다르다.
이 군수는 ‘당장 쓸 수 있는 돈’과 ‘앞으로 감당해야 할 군비’를 중심으로 위기론을 펴고 있고, 서 의원은 전체 재정의 자산·부채와 지방채무, 기금 사용 원인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산 1조원 넘었다고 재정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서 의원이 근거로 든 2026년 제2회 추경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예산 총액이 크다고 해서 군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도비 보조사업과 법정·의무경비, 이미 목적이 정해진 사업비 등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부여군이 지난 8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2회 추경 편성 초기 각 부서가 요구한 군비는 2129억원이었다. 군은 사업의 시급성과 집행 가능성 등을 검토해 요구액을 1089억원까지 줄였지만 당시 가용재원은 430억원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다만 최초 요구액 2129억원은 실제 발생한 적자나 부채가 아니다. 각 부서가 추경 편성 과정에서 제출한 예산 요구액으로, 이를 가용재원과 단순히 비교해 약 1700억원이 부족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즉 재정 수요에 비해 가용재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 차액 전체를 ‘빚’이나 ‘적자’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용우 “비상금 사실상 소진…재정구조 바꿔야”
이용우 군수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지표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순세계잉여금 등 재정 완충재원의 급감이다.
부여군 자료에 따르면 부여군의 재정 여유재원은 2018년 순세계잉여금 1957억원 수준에서 출발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잔액이 2022년 802억원, 2023년 349억원, 2024년 321억원, 2025년 42억원으로 줄었고, 2026년 제2회 추경 과정에서는 남은 재원까지 사실상 소진됐다는 것이다.
이 군수는 서 의원의 반론에 대해 “지방채가 없으니 안전하다는 것은 비상금을 소진한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취지로 맞섰다.
세입이 충분히 늘지 않는 상황에서 지출 규모는 커졌고, 기존에 부족한 재원을 메우던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순세계잉여금까지 줄면서 앞으로의 재정운용 여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투자·공모사업의 향후 군비 부담까지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사업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군수의 판단이다.
서장원 “기금 왜 줄었는지부터 따져야”
서장원 의원은 기금이 줄었다는 결과만으로 과거 군정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서 의원은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 전 군민에게 자체 재난지원금 약 195억원을 지급했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잇따른 집중호우와 재난으로 복구비와 지방비 부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 세수결손으로 지방교부세가 감소하면서 부여군이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반재원이 줄어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은 “순세계잉여금과 재정안정화기금이 줄었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결국 기금 감소분 가운데 코로나19와 자연재해, 교부세 감소 보전 등에 투입된 금액이 얼마인지, 일반회계 사업에 사용된 금액은 얼마인지가 공개돼야 책임 소재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순세계잉여금 감소도 단순 평가 어려워
순세계잉여금도 논쟁의 핵심이다.
순세계잉여금은 한 회계연도의 세입과 세출을 결산한 뒤 이월액과 보조금 반납액 등을 제외하고 남는 재원이다.
금액이 줄어들면 다음 연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재원이 감소하는 만큼 재정 운용에는 부담이다.
그러나 순세계잉여금이 많다고 반드시 재정운영을 잘한 것도 아니다. 세입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았거나 사업 집행이 부진해 불용액이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순세계잉여금이 감소한 이유가 정상적인 사업 집행인지, 세입 감소 때문인지, 재난·재해와 같은 불가피한 지출 때문인지, 과도한 사업 확대 때문인지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지방채 0원’과 ‘재정 압박’은 동시에 존재 가능
이번 공방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은 ‘지방채가 없다’는 사실과 ‘재정이 어렵다’는 상황이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두 가지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차입성 채무를 의미하고, 가용재원은 실제로 새로운 사업이나 추가 지출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뜻한다.
따라서 지방채가 전혀 없더라도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순세계잉여금이 감소하고, 기존 사업에 투입해야 할 재원이 많다면 실제 예산 편성 과정에서 쓸 돈이 부족할 수 있다.
반대로 가용재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곧바로 지방정부가 지급불능이나 재정 파탄 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자산 4조1291억원·부채 363억원…지방채무 ‘0원’
부여군의 전체 재정 상태를 판단할 때 반드시 함께 봐야 할 지표는 자산과 부채, 지방채무다.
2025회계연도 결산 분석자료에 따르면 부여군 총자산은 4조1291억원, 총부채는 363억원으로 나타났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단순 계산하면 약 0.88% 수준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자산은 약 1404억원 증가했고 부채는 약 122억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방재정에서 일반적인 차입성 빚으로 보는 지방채무는 2025년 결산 기준 0원으로 제시돼 있다.
즉 지방채 발행액도 0원이며, 지방채무를 기준으로 한 예산 대비 채무비율 역시 사실상 0%다.
다만 총부채 363억원과 지방채무 0원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회계상 부채에는 퇴직급여충당부채나 지급해야 할 비용 등 지방채 이외의 항목도 포함될 수 있다.
부여군청은 지방재정공시를 통해 예산·결산과 채무·부채 등 재정운용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 지표만 놓고 보면 부여군이 과도한 빚을 지고 있거나 채무 상환능력을 잃은 ‘재정 파탄’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채 없다고 ‘문제없다’고 말하기도 어려워
그러나 지방채무가 0원이라는 사실만으로 현재 부여군 재정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 역시 무리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사실상 소진되고 순세계잉여금이 감소했다면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나 지방교부세 감소, 대형 재난 같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적 완충력이 약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이미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공모사업에 앞으로 상당한 군비가 투입돼야 한다면 미래 세입 가운데 일정 부분은 사실상 기존 사업에 묶여 있는 셈이다.
결국 부여군의 현재 상황은 ‘빚이 많아서 무너지는 재정’이라기보다 ‘쓸 수 있는 여윳돈이 줄고 앞으로 지출할 사업이 많은 구조’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이다.
‘곳간 논쟁’ 끝내려면 기금 사용처 공개해야
이용우 군수와 서장원 의원의 공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려면 결국 숫자의 세부 내역이 공개돼야 한다.
우선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2022년 802억원에서 사실상 소진되는 과정에서 매년 어디에 얼마가 사용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코로나19 대응과 재난복구, 지방교부세 감소 보전, 일반회계 전출, 자체 신규 사업 등에 각각 얼마가 들어갔는지를 구분해야 기금 감소의 책임을 평가할 수 있다.
대규모 투자·공모사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필요한 군비 총액뿐 아니라 사업별 총사업비와 국·도비·군비 비율, 최초 사업 결정 시점, 연도별 군비 부담액, 현재 집행률, 이월액, 준공 이후 예상되는 유지관리비까지 공개해야 한다.
특히 전임 군정과 현 군정의 책임을 따지려면 각 사업이 어느 시기에 기획됐고 공모에 선정됐으며, 군의회 심의와 지방재정투자심사를 언제 통과했는지를 사업별로 확인해야 한다.
“곳간 완전히 비었다”도 “문제없다”도 아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부여군 곳간이 완전히 비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회계적으로 정확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총자산이 4조원을 넘고, 부채비율은 자산 대비 1%에도 미치지 않으며, 지방채무와 지방채 발행액도 0원이라는 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사실상 소진되고 가용재원이 부족하며 대규모 계속사업에 따른 미래 군비 부담이 크다는 점도 분명한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부여군 재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재정 파탄 상태는 아니지만 재정 운용 여력과 완충 능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 가깝다.
지역 주간신문의 ‘곳간이 비었다’는 표현은 재정 압박을 경고하는 메시지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부여군 전체 재정상태를 설명하는 객관적인 회계 용어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용우 군수는 재정구조 정상화가 왜 필요한지를 사업별 숫자와 기금 사용내역으로 설명해야 하고, 서장원 의원도 외부 요인이 기금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을 구체적인 결산자료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곳간이 비었다’거나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단정적인 표현이 아니다.
얼마가 들어왔고, 어디에 얼마를 썼으며, 앞으로 얼마를 더 부담해야 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그것이 이용우 군수와 서장원 의원 사이에서 시작된 이번 재정 논쟁을 끝낼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