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현안 32건·정책제안 52건·공약 96건 검토
백마강 국가정원 전면 보류…재정·조직·공공시설 운영방식 전면 재점검 주문
민선 9기 부여군수직 인수위원회가 군정 전반을 점검한 결과, 부여군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새로운 시설과 사업을 늘리는 데 있지 않고 기존 사업의 효과와 재정 부담, 조직의 책임성을 다시 따지는 데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지난 3일 인수위원회가 공개한 ‘민선 9기 부여군수직 인수위원회 운영 백서’에는 군정 비전과 조직 운영 현황, 주요 현안사업 검토 결과, 분야별 정책제안 등이 담겼다. 특히 대형 개발사업과 공공시설 건립, 출연·출자기관 운영,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축제·관광정책 등을 대상으로 사업의 필요성뿐 아니라 재정 지속 가능성과 사후 운영비까지 점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일간의 압축 점검…현안·공약·조직운영 전반 살펴
인수위원회는 2026년 6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20일간 활동했다. 한영배 위원장과 김종수 부위원장을 비롯한 15명의 인수위원이 2개 분과로 나눠 활동했으며, 별도로 3명의 자문위원이 참여했다.
인수위는 위촉식과 정책간담회를 시작으로 부서별 업무보고와 면담, 공약사항 컨설팅, 현장 방문, 재정 관련 기자회견과 군의원 간담회, 전체회의 등을 진행했다. 군민 의견을 받기 위해 6월 10일부터 30일까지 부여군 홈페이지에 ‘당선인에게 바란다’ 창구도 운영했다.
6월 24일에는 공립 치매전담형 요양시설과 아름마을, 반산저수지 수변공원, 왕포리 스마트팜 등을 찾아 사업 추진상황과 운영 여건을 직접 점검했다.
7월 2일 열린 활동결과 보고회에서는 주요 현안사업 32건, 정책제안 55건, 공약 96건을 검토한 것으로 최종 보고됐다. 백서는 인수위 활동이 단순한 업무 인계가 아니라 기존 군정의 성과와 한계를 검증하고 민선 9기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부여 대전환 더 위대하게’…5대 군정전략 제시
민선 9기 군정 비전은 ‘부여 대전환 더 위대하게’로 설정됐다. 협력과 상생, 소통, 일치를 군정 운영의 원칙으로 삼고, ‘부여 대전환 5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는 세계가 주목하는 ‘백제고도 역사문화관광도시’, 둘째는 농업이 미래산업이 되는 ‘대한민국 1등 농업도시’다. 이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두루 살피는 ‘맞춤형 복지도시’, 기업이 찾아오고 청년이 돌아오는 ‘활력 경제도시’,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를 여는 ‘행복도시’를 목표로 내걸었다.
백서가 밝힌 ‘대전환’의 의미는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다. 군민 모두가 행복한 군정을 만들고, 부여가 보유한 백제 역사문화 자산을 미래 경쟁력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에 가깝다. 기존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기보다 효과가 낮거나 재정부담이 큰 사업은 재검토하고, 군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수위가 진단한 군정의 9가지 구조적 문제
인수위는 개별 사업의 문제보다 행정 운영 전반에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등 변화된 행정환경에 조직 운영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서별 기능이 중복되거나 조직 간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행정 효율성과 책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확정된 예산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관행도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인수위는 사업 필요성과 성과보다 예산을 먼저 확보하고 집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와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공시설과 공유재산 관리 미흡도 주요 문제로 제시됐다. 시설을 건립할 때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준공 이후 관리주체와 운영계획, 유지비용, 수익구조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판단이다.
이 밖에도 출연·출자기관과 민간위탁기관의 전문성 부족, 공모사업의 전략성 부족, 노인일자리 등 보조사업의 성과관리 미흡, 시설 확충에 치우친 정책, 공공시설 입지 선정 과정의 체계성 부족, 주요 현안사업 추진 과정의 주민 의견수렴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인수위는 앞으로의 군정이 조직 확대보다 기능 조정, 시설 건립보다 운영계획, 예산 확보보다 성과관리, 일방적인 정책 결정에서 주민 소통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와 성과자료,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760억 원 백마강 국가정원 ‘전면 보류’…백제왕도사업으로 전환 제안
32개 주요 현안사업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재검토 의견이 나온 사업은 ‘백마강 국가정원 및 정원문화 확산 플랫폼 구축사업’이다.
이 사업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30㏊ 규모로 국가정원과 방문자센터 등을 조성하는 계획으로, 총사업비는 760억 원이다. 이 가운데 군비 부담은 435억 원이며, 백서 작성 당시 확보하지 못한 사업비도 1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수위는 준공 이후 연간 약 60억 원의 관리비가 들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방문객 유치와 수입금 확보 가능성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사업 대상지가 금강 둔치지역에 있어 침수 위험과 수질 문제, 각종 규제와 환경영향평가, 장기적인 관리인력 확보 부담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국가정원 사업과 연계사업을 전면 보류하고, 기존 사업을 최소화할 것을 제안했다. 대신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북포한옥마을, 월함지 등을 연결하는 백제왕도 역사공원사업과 백마강 자연생태복원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백마강 생태환경과 백제 역사문화 자산을 결합해 유네스코 ‘백마강 생물권 보전지역’ 등재를 추진하고, 대규모 시설보다 문화유산과 자연경관, 이용객 편의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결론이다.
문화예술교육종합타운은 선별 추진…‘짓고 보자’ 방식 경계
문화예술교육종합타운 사업에 대해서는 모든 시설을 일괄적으로 추진하기보다 기능별 타당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수위는 공공도서관과 생활문화센터는 정상 추진하되, 문화공원 조성은 재검토하고 부여여고와 반다비체육관 등은 기존 계획에 따라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백제 역사와 지역문화를 특화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전국적인 관광형 도서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담았다.
문화공원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녹지공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조성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문화유산 분야의 고서와 전문자료를 연계할 수 있는 수장고 기능도 검토하도록 했다.
동부여 다목적체육관은 향후 읍·면별 체육관 건립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건립 이후 운영비와 주민 이용률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훈공원 조성사업 역시 사업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부터 추진해서는 안 되며, 부소산성 충령사 이전 등과 연계한 종합적인 보훈공간 조성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백제문화제 도심 이전…상인 82.3%가 찬성·유보
제72회 백제문화제 개최지와 관련해서는 백제문화단지 중심의 운영에서 부여읍 도심권 개최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인수위가 2026년 6월 23일부터 28일까지 부여읍 상인 278명과 일반 주민 5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상인의 68.3%가 즉시 이전을 희망했다. ‘유예 후 이전’ 14%를 포함하면 82.3%가 도심 이전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의 61.2%는 도심 이전이 매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주민들도 부여읍 상권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가를 가장 큰 기대효과로 꼽았다.
인수위는 도심 이전이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교통 혼잡과 주차, 소음, 생활 불편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가지요금 근절, 친절·위생서비스 개선, 상인 주도형 프로그램 확대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123사비 공예마을·미디어아트, 체험과 상권 연결이 관건
123사비 공예마을은 시설 조성보다 실제 운영과 체험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수위는 공방을 방문객에게 적극 개방하고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하며, 전통 공예기술을 보유한 장인뿐 아니라 청년 공예창업자와 문화기획자도 입주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예품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이 중복되지 않도록 입주자별 특화 분야를 정하고, 지역 농산물과 공예품을 함께 판매하는 구역도 마련하도록 했다. 공예마을과 부여 시내 상권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나 관광동선 구축도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에 대해서는 기술의 화려함 자체보다 문화유산이 가진 역사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소의 역사성과 관람객 동선, 빛과 음향, 주변 경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행사 운영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분리되지 않는 통합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공공시설·복지사업, 건립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계획 우선
복지와 공공시설 분야에서도 사후 운영계획이 핵심 기준으로 제시됐다.
부여군 장애인 주간·단기 보호시설은 상하수도사업소와 협의해 위탁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공립 치매전담형 종합요양센터는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문 운영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노인일자리와 공공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의 성과와 이용자 만족도, 예산 대비 효과를 평가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예비군·의용소방대 청사 신축은 이미 보유한 공공시설을 우선 활용해 사업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어린이집 매입사업을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서는 법적 다툼을 장기화하기보다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면서 중재와 협의를 병행하고, 사업 추진 과정과 향후 계획을 군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행정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석탑로·원도심, 차량에서 사람 중심 공간으로 전환
도시재생과 상권 분야에서는 사람 중심의 공간정책이 강조됐다.
석탑로 보행중심 특화가로 조성사업은 도로 폭을 줄이거나 경관시설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소산과 정림사지, 궁남지, 백제문화단지를 잇는 보행 네트워크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수위는 상가 앞 공간을 보행자와 방문객이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전환하고, 기존 도로 주변에 시간제 영업공간과 쉼터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골목길과 소규모 상권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원도심 상권사업은 개별 점포 지원을 넘어 상인조직의 자립성과 지역 내 소비순환 구조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굿뜨래페이도 할인율과 발행 규모를 일률적으로 운영하기보다 재정 여건과 이용자료를 분석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실제로 기여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단지·투자유치, ‘기업 유치 이후’까지 준비해야
경제 분야에서는 부여일반산업단지를 지역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하되, 기업 유치 실적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수위는 투자유치를 위한 전담조직과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입주기업에 제공할 부지와 인력, 주거·교통·생활기반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자 기숙사와 정주여건 개선사업은 개별 기업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통근버스와 공동주거시설, 생활편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했다.
부여 특화 신품종 쌀 브랜드화는 브랜드 명칭을 먼저 정하기보다 소비자 선호도와 쌀 품질을 분석하고, 재배기준과 생산단지를 마련한 뒤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우량 종자 증식포장과 하수관로 정비사업도 사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인력·장비 운영과 주민 불편, 유지관리 비용까지 포함한 실행계획을 요구했다.
조직·청년·문화·농업 등 정책제안…행정 전 분야 망라
백서의 정책제안은 조직과 인사, 재정, 청년, 문화관광, 복지, 농업, 지역경제, 도시공간 등 군정 전 분야를 아우른다.
조직·행정 분야에서는 부서 기능을 분석해 유사 업무를 통합하고, 인사 운영을 전문성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미디어보좌관 제도 폐지, 공무원 성과관리 강화, 보조금 관리체계 확립, 재정 여건 분석, 전산제품 구매방식 간소화 등도 포함됐다.
청년정책으로는 ‘부여 대전환 청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AI를 활용한 로컬셀러 양성교육과 청년 인생설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청년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군정 기획과 지역경제에 참여하는 주체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문화 분야에서는 백제문화재단의 기능 재조정과 축제 운영 정상화, 부여문화원의 역할 확대, 석성면 유휴청사를 활용한 문화관 조성, 부여 연구기관 설립, 문화관광사업의 지역상생 평가제 도입 등이 제안됐다.
교육 분야에는 평생교육 활성화, AI 기반 디지털 전문학교, 교육혁신 학원타운, 청소년 역사 특화교육이 포함됐다.
농축산 분야에서는 시설하우스 안전점검, 한우 뿌리농가 육성, 동물사체 처리 지원, 전자식 인공수정장비, 폭염 대비 가축농가 냉방시설, 로컬푸드 선순환 체계, 농업인 안전체험교육관, 농산물 포장디자인 지원과 천적곤충 확대 기반 구축 등이 제시됐다.
백서의 최종 메시지…“사업보다 운영, 예산보다 성과”
이번 백서를 관통하는 핵심은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기존 사업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것인가’에 있다.
인수위는 대규모 사업일수록 건설비뿐 아니라 운영인력과 유지관리비, 이용률,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함께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 공모에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부여군의 재정 여건과 지역 특성에 맞는지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건립 이후의 운영’, ‘예산 투입 대비 성과’, ‘군민 체감도’, ‘재정부담’을 사업 초기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주문했다. 이는 민선 9기 부여군정이 외형적인 시설 확장보다 조직 효율화와 재정 건전성, 주민 중심의 정책 실행에 무게를 둘 것임을 보여준다.
다만 백서 내부에는 일부 집계 차이도 확인된다. 7월 2일 활동결과 보고회 자료에는 정책제안이 55건으로 기록됐지만, 정책제안 목차에는 52건이 제시돼 있다.
결국 백서의 성패는 제안서를 발간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보류하거나 전환하도록 한 사업의 후속 조치, 정책제안의 담당부서 지정, 이행 일정과 재정계획, 정기적인 성과 공개가 뒤따라야 한다.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부여 대전환’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민선 9기 부여군정의 실행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