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뉴스충남대구·경북은 다시 손잡았는데…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어디로 가나

대구·경북은 다시 손잡았는데…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어디로 가나

TK 시·도지사, 행정통합 공동 대응에 뜻 모아… 대전·충남은 추진조직 축소·광역연합 강화

특별법 처리 무산 뒤 ‘속도전’에서 ‘장기전’으로… 주민 동의·권한 이양·재정지원이 성패 가를 듯

대구·경북이 민선 9기 들어 행정통합을 주요 공동 현안으로 다시 올려놓으면서 한때 전국 행정통합 논의를 선도했던 대전·충남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시청사와 충남도청
대전시청사와 충남도청

최근 인터넷 보도와 지방자치단체 자료를 종합하면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29일 민선 9기 출범 이후 첫 공식 회동을 갖고 대구경북신공항과 행정통합,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핵심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당장 법적·제도적으로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두 단체장이 통합을 공동 현안으로 다시 추진한다는 정치적 합의를 확인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대전·충남은 사정이 다소 복잡하다. 행정통합이라는 큰 방향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의 ‘조기 통합’ 분위기에서는 확연히 멀어졌다. 특히 민선 9기 들어 대전시는 행정통합 추진조직을 축소하고, 대전과 충남은 충청권 경제공동체와 광역연합을 담당할 조직을 새로 두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전국에서 먼저 불붙었던 대전·충남 통합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는 2024년 11월 당시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 양 시·도의회 의장이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대한민국 경제과학수도, 대전충남특별시’를 비전으로 내걸고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과 충남의 산업·제조 기반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결합하는 구상이 제시됐다.

당시 논의된 청사진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대전의 우주·로봇·바이오 분야와 충남의 반도체·모빌리티 산업을 연계하고, 광역교통망과 문화·관광, 국방산업, 농어업·해양수산 등을 하나의 행정체계 안에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전·충남 통합에 힘을 실으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통합특별법의 자치권과 재정권 이양 수준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견이 커졌고 결국 지난 3월 특별법 처리가 무산됐다.

행정통합의 필요성보다 ‘어떤 권한을 가진 통합정부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한 셈이다.

민선 9기 허태정·박수현 모두 통합 필요성은 인정

6·3 지방선거를 거쳐 대전과 충남의 단체장이 바뀌면서 정치적 환경도 달라졌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박수현 충남도지사 모두 행정통합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해 왔다.

박수현 지사는 당선인 시절 “특별 재정 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하루라도 빨리 통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허태정 시장 역시 취임 후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가동해 통합 방식과 시기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당장 통합’보다는 조건과 절차를 따져야 한다는 현실론도 함께 내놓았다.

허 시장은 통합 시점과 관련해 2028년 총선 또는 2030년 지방선거 등을 염두에 둔 논의 가능성을 언급했고, 통합 논의기구를 구성해 기관 통폐합 등의 문제를 정리한 뒤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 뜻을 묻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결국 민선 9기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과거와 같은 ‘출범 시점부터 정해 놓은 속도전’보다는 통합 조건을 먼저 만들어 가는 장기전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대전은 통합조직 축소… 충청권 ‘경제공동체’에 무게

이 같은 변화는 조직개편에서도 나타난다.

대전시는 민선 9기 첫 조직개편에서 기존 행정통합준비단을 팀 단위로 축소했다. 대전과 충남은 동시에 행정통합과 별도로 충청권 경제공동체·광역연합 형태의 협력을 담당할 조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행정통합을 포기했다기보다 통합특별법이 당장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등을 활용해 교통과 산업, 경제 등 실질적인 초광역 협력부터 추진하겠다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읽힌다.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 역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장기과제로 넘어가면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경북 재시동이 대전·충남에 던지는 질문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이 다시 행정통합에 손을 맞잡은 것은 대전·충남에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될 수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정통합을 신공항, 공공기관 이전 등과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 공동과제로 다루기로 했다. 추 시장은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도 신공항과 반도체 등 지역 현안을 풀기 위한 해법으로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대구·경북 역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과거 행정통합 논의가 주민 공감대와 지역 내부 이견, 권한 배분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중단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시·도지사 간 공조를 곧바로 ‘통합 성사’로 해석하기보다는 정치적 추진동력을 다시 확보한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이 통합특별법을 다시 밀어붙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만들어간다면 대전·충남 역시 통합 논의를 계속 미뤄둘 수만은 없게 된다.

광주·전남에 이어 대구·경북까지 광역통합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재정지원, 공공기관 이전, 국가산업 배치 등에서 광역화 여부가 지역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 시민 71.6% “주민투표 필요”… 민심이 가장 큰 관문

대전·충남 통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는 주민 동의다.

지난 2월 대전시가 시민 2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71.6%가 행정통합에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통합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 41.5%, 찬성 33.7%로 반대가 더 높았다. 반대 이유로는 ‘지역 간 갈등 심화’가 29.4%로 가장 많았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부족’ 26.7%, ‘대전 정체성 훼손’ 15.7%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수치는 행정통합을 단체장과 정치권의 합의만으로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통합으로 대전과 충남 주민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대전이 얻는 것은 무엇이고 충남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통합청사와 의회·산하기관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핵심은 ‘통합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문제는 통합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다.

통합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단순히 대전시와 충남도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합쳐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친다면 주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재정권과 조직권, 산업·경제정책 권한, 도시계획과 광역교통, 교육·환경·에너지 분야의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 특별법에 얼마나 담기는지가 중요하다. 충남도의회 역시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의회의 법적 지위와 의원 정수, 선거구, 의회 조직권, 대규모 사업에 대한 의회 승인권 등을 주요 쟁점으로 검토해 왔다.

통합으로 행정조직만 커지고 중앙정부 권한은 그대로라면 ‘규모만 커진 지방정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충분한 재정과 자치권을 확보해 대전의 연구개발 역량과 충남의 제조업·산업기반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행정통합의 시계는 멈춘 것이 아니라 느려졌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의 급박했던 분위기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특별법은 국회를 넘지 못했고 추진조직도 일부 축소됐다. 반면 충청광역연합과 경제공동체를 통한 실질적인 초광역 협력은 강화되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통합 논의가 끝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허태정 시장과 박수현 지사 모두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고, 대구·경북이 다시 행정통합 공조에 나서면서 광역단체 간 경쟁 구도 역시 새롭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전·충남이 앞으로 풀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언제 통합할 것인가보다 왜 통합해야 하는지, 통합으로 주민에게 무엇이 돌아가는지, 그리고 중앙정부로부터 어떤 권한과 재정을 확보할 것인지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재시동은 대전·충남에 또 하나의 선택지를 던지고 있다. 속도 경쟁에 다시 뛰어들 것인지, 충청광역연합을 통해 경제·교통·산업 공동체부터 구축한 뒤 단계적으로 통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다음 단계는 정치권의 선언보다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통합의 청사진과 특별법의 실질적 내용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스토리스팟(강대구 기자)
스토리스팟(강대구 기자)https://storyspot.kr
스토리스팟 발행인 및 대표기자 입니다.
RELATED ARTICLES

댓글 남기기

- Advertisment -spot_img

최근기사

Recen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