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군수, 충청산업문화철도 제5차 국가철도망 신규사업 반영 건의…장기 광역사업과 당면 과제 사이 우선순위 아쉬움
충남도와 15개 시·군이 민선9기 출범 이후 처음 한자리에 모인 지방정부회의에서 이용우 부여군수가 ‘충청산업문화철도’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신규사업 반영을 건의했다.

충청산업문화철도는 보령에서 부여와 청양, 공주, 세종을 거쳐 조치원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100.7㎞의 단선전철 사업이다. 충남 서남부의 철도 소외를 해소하고 백제문화권 관광·산업 기반을 확충한다는 점에서 오랜 지역 숙원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지방정부회의가 도와 시·군 간 정책·재정 협력을 논의하는 민선9기 첫 공식 협의 자리였다는 점에서,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부여군이 공공의료·돌봄·청년 정착·농촌 교통 등 당장 도의 지원이 필요한 현안보다 장기 광역철도 사업을 대표 건의로 내세운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4차 국가철도망 ‘추가검토사업’…제5차 계획 신규 반영 추진 중
충청산업문화철도의 현재 단계는 단순한 아이디어나 초기 건의 수준은 아니다.
충남도 추진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검토사업’으로 반영됐다. 이후 충남도는 철도망 구축 중장기 전략 수립과 사전타당성 조사를 마쳤고, 2024년 2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신규사업 건의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2022년에는 국회를 방문해 국가계획 반영과 조기 추진을 건의했고, 2023년에는 공주·보령·부여·청양·세종이 참여하는 행정협의회 실무회의를 열었다. 같은 해 국토교통부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에 착수하자 충남도와 관련 지방정부는 공동 대응에 들어갔다.
2024년에는 국회와 한국교통연구원, 국토교통부를 잇달아 방문해 노선의 필요성과 경제성·정책성을 설명했다. 2025년에도 국회 정책토론회와 관계기관 협력회의, 국토부 면담을 이어갔으며, 2026년 3월에는 국토부 철도국장 주재 지자체 간담회에 참석했다.
따라서 사업의 정확한 현재 위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추가검토사업으로 관리되는 가운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신규사업 반영 여부를 기다리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건설이 최종 확정되거나 예산이 배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해에 걸친 타당성 검토와 관계기관 협의, 국가계획 반영 절차가 축적돼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신규 제안과는 다르다.
2조6426억원 규모…국가계획 반영 뒤에도 긴 절차
충남도 자료상 충청산업문화철도의 총사업비는 약 2조6426억원이며 사업기간은 2022년부터 2035년까지다. 전액 국비 사업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사업으로 반영되더라도 곧바로 착공하는 것은 아니다. 충남도는 향후 절차로 예비타당성 조사 1년, 기본계획 1년, 기본 및 실시설계 2년, 보상과 공사 5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도는 국가계획 반영 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조속한 추진 방안도 함께 모색한다는 계획이지만, 대규모 국책사업의 특성상 실제 개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2022년부터 2026년 3월까지 확보·집행된 국비와 도비, 시·군비 예산은 별도로 잡혀 있지 않다. 현재까지는 조사와 협의, 국가계획 반영 활동이 중심이었고 본격적인 건설비 투입 단계에는 진입하지 않은 셈이다.
철도 건의 자체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부여군 주민이 체감할 성과까지는 장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시·군은 ‘당장 필요한 지원’…부여는 국가사업 건의
이번 지방정부회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시·군의 건의 내용이었다.
공주시는 백제 한옥단지 조성을, 계룡시는 첨단국방 산업단지 조성 지원을, 보령시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연계사업을, 서산시는 서산공항 건설을 건의했다.
서천군은 특화시장 재건축 신속 추진을 요청했고, 예산군은 덕산온천 체류형 숙박시설 조성을, 홍성군은 KAIST 부설 과학영재학교와 충남대 내포캠퍼스 조기 정착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건의사업은 충남도의 행정·재정 지원이 직접 필요한 지역 숙원사업이었다.
반면 부여군이 제시한 충청산업문화철도는 충남도와 보령·청양·공주·세종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철도사업이다.
물론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해 충남도의 지속적인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회의의 성격을 고려하면 부여군이 인구감소 대응이나 공공의료 확충, 청년 정착, 생활인구 확대 등 부여군이 당장 충남도의 정책적 지원을 받아야 할 현안을 함께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철도는 필요하지만, 부여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부여군은 충남의 대표적인 인구감소지역이다. 청년층 유출이 이어지고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의료·교통·돌봄·교육·상권 유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산업문화철도는 장기적으로 지역 접근성을 개선하고 관광객과 생활인구, 기업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다. 백제역사문화권을 철도망과 연결하고 보령·공주·세종과의 광역 이동축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추진 명분은 충분하다.
문제는 철도가 완공되기까지 지역이 버틸 수 있도록 하는 단기·중기 대책이다.
노인 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에서는 응급의료 접근성과 방문진료, 이동지원, 돌봄 인력 확보가 당장의 생존 문제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일자리와 주거, 보육, 교육 여건이 정착 여부를 좌우한다. 읍·면 주민에게는 먼 미래의 철도보다 병원과 시장을 오가는 농촌형 교통망과 생활서비스가 더 절실할 수 있다.
민선9기 첫 지방정부회의에서 부여군이 철도와 함께 이 같은 시급한 현안을 패키지로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복된 공동건의 넘어 ‘부여 몫’ 구체화했어야
충청산업문화철도는 부여군만의 사업이 아니다. 보령·청양·공주·세종과 충남도가 함께 추진해 온 광역철도 사업이다.
이미 행정협의회가 구성됐고, 국토부와 국회, 연구기관을 상대로 공동건의가 반복돼 왔다. 이 때문에 부여군수가 이번 회의에서 단순히 국가계획 반영을 재차 요구하는 데 그쳤다면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부여군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할 과제는 철도 노선이 통과할 경우 부여역 또는 정차역을 어디에 두고, 백제문화단지·부소산성·궁남지·농촌관광지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다. 역세권 개발과 관광·물류·산업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고, 이를 위해 충남도에 어떤 선제적 행정·재정 지원을 요청할 것인지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철도 건설이라는 큰 틀의 요구를 넘어 부여군이 얻어낼 실질적 효과와 준비계획이 드러나야 도민과 주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 철도와 당면 소멸대책, 함께 요구했어야
이번 건의는 충청산업문화철도가 이미 상당한 정책 검토와 공동 대응을 거쳐 제5차 국가철도망 신규사업 반영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부여군의 현실은 국가계획 확정만을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 않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의료 취약, 빈집 증가, 청년 유출, 농촌 교통 문제는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이용우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철도 건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철도와 지역소멸 대응을 동시에 충남도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충청산업문화철도는 부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장기 인프라다. 하지만 주민이 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현재의 삶을 지키는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민선9기 첫 지방정부회의에서 아쉬움이 남는 지점은 바로 그 균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