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농·상속농지까지 투기 의심 받아”…소유 중심 농정서 ‘이용 중심’ 전환 촉구
농지임대기본연금·청년농 접근성 확대·가격안정제 제안…농지법 처분·이행강제금 규정도 손질 요구
정부 “위반 의심이 곧 처분 아냐…투기 아닌 일반 위반은 소명·계도 절차”
국민의힘 윤용근 국회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 중단과 농지법상 처분 제도 개편을 요구하며 농지정책 전반을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농지 전수조사로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까지 농지법 위반 의심자로 분류되고 있다”며 농촌의 고령화와 상속농지 증가 등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편을 촉구했다.
“284만 필지 의심농지…농촌 현실과 제도 괴리”
윤 의원은 정부 기본조사 결과 전체 조사 대상 농지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284만 필지가 불법 임대차와 무단 휴경 등을 이유로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고령과 질병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농민과 부모에게 농지를 상속받은 뒤 도시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자녀, 이웃에게 농사를 맡긴 고령농 등을 사례로 들며 “농촌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전국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투기성 농지 보유와 불법 임대차 등을 정비한다는 취지로 올해 5월부터 농지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본조사 단계에서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는 사실만으로 법 위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후 현장조사와 소명 절차 등을 거쳐 실제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경자유전도 현실에 맞게…농사지을 사람에게 농지 가야”
윤 의원은 현행 농지정책이 농지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의 취지를 유지하되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농의 농지 확보 어려움 등을 고려해 ‘누가 실제 농사를 짓느냐’를 중심으로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농지를 가진 사람에게 억지로 농사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을 사람에게 농지가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며 농지 임대차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특히 고령농은 안심하고 농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하고, 청년농과 귀농·귀촌인은 처음부터 거액을 들여 농지를 매입하지 않아도 영농에 진입할 수 있도록 농지 임대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업진흥지역을 비롯한 각종 농지 규제도 현재 농촌의 인구구조와 영농 현실에 맞는지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지임대기본연금’ 제안…고령농 은퇴·청년농 진입 연결
고령농의 은퇴와 농지의 세대 이전을 연계하는 ‘농지임대기본연금’ 도입도 다시 제안했다.
고령농이 농지를 안정적으로 임대하고 일정한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해당 농지가 청년농이나 실제 경작자에게 자연스럽게 이전되도록 제도화하자는 구상이다.
윤 의원은 이를 통해 “청년농에게는 농지 확보 기회를 주고 고령농에게는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유가와 비료, 농자재, 인건비 등이 오르는 반면 농산물 가격 변동 위험은 농가가 대부분 떠안고 있다며 생산비와 시장가격, 품목별 수급상황을 반영한 가격안정제도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7대 요구안 제시…“강제 매각·25% 이행강제금 규정 삭제”
윤 의원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에 요구한 사항은 △농지 전수조사 즉각 중단 △경자유전 원칙 재정립 및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 △청년농·귀농귀촌인의 농지 접근성 확대 △농지임대기본연금 도입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포함한 가격안정제 마련 △식량안보와 지역소멸을 연계한 범정부 농업·농촌 지원체계 구축 △농지법상 강제 매각 및 이행강제금 25% 부과 규정 삭제 등 7개다.
윤 의원은 “팔리지도 않는 농지를 팔라고 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사람에게 직접 농사를 지으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농촌 현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곧바로 처분·25% 부과되는 구조 아니다”
다만 정부는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법상 처분절차를 둘러싸고 일부 과장된 우려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중대한 투기성 위반 등이 아닌 경우 우선 1년의 자진처분 기간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이후에도 농지를 처분하지 않고 성실한 경작도 하지 않을 경우 처분명령이 내려지며,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안에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야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또 농지 가격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 규정은 올해 새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2021년 농지법 개정 이후 시행돼 온 제도라고 밝혔다. 2026년 개정은 지방자치단체가 처분명령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임의로 생략하지 않도록 집행 규정을 보완한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농촌에서 농지를 팔고 싶어도 매수자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농지은행의 매입·임대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윤 의원이 요구한 ‘25% 이행강제금 규정 삭제’는 단순히 이번 전수조사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제도를 폐지하자는 요구라기보다 기존 농지법의 처분·제재 체계 자체를 완화하거나 개편하자는 정치적·입법적 제안으로 볼 수 있다.
“농지정책 대전환해야”
윤 의원은 농지 문제를 단순히 소유권이나 법 위반 여부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농촌 고령화와 청년농 감소, 지역소멸, 식량안보를 함께 고려해 실제 경작자가 농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농업이 무너지면 농촌이 무너지고 농촌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식량안보와 지역의 미래도 함께 무너진다”며 “농지 전수조사 논란을 몇 가지 보완대책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를 엄격히 관리한다는 정부 정책과, 고령농·상속농지·임차농 등 변화한 농촌 현실을 제도에 보다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