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이어진 장기 발굴 현장, 야간 조명 시설 전무
인근 부여여고 학생 등 주민 통행 불편·치안 불안
“문화재 보호와 주민 안전 공존하는 임시 조명 대책 필요“
1500년 전 찬란했던 백제 사비기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충남 부여군 관북리 유적 일대. 낮에는 역사의 현장이지만, 밤이 되면 주민들이 기피하는 ‘암흑의 거리‘로 변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관북리 일대 발굴조사는 토지 및 건물 보상 절차와 맞물려 수년에 걸쳐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넓은 부지의 건물들이 철거되고 바닥이 드러난 채 조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야간 시간대 현장을 비추는 가로등이나 보안등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야간 조명 시설이 전무하여 어둠에 잠긴 부여 관북리 유적 발굴 현장 내부 모습이다. 드러난 건물지 주춧돌 주변으로 빛이 전혀 없어 식별이 어렵다. |
야간에 촬영한 현장 사진들을 보면 문제는 명확하다.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넓은 부지는 빛 하나 없이 어둠에 잠겨 있다.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형국이다.
특히 유적지 바로 옆은 주민들과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도와 도로가 인접해 있다. 하지만 사진에서 확인되듯, 인도 주변조차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 보행자들이 불안에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멀리 보이는 도심의 불빛이나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량의 전조등만이 잠시 어둠을 밝힐 뿐이다.
| 유적지 인근의 어두운 이면도로 모습이다. 가로등 시설이 부족하여 바닥의 도로 표시조차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
|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 발굴 현장 너머로 환한 도심의 불빛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것은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이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부여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 등을 마치고 귀가할 때 이 어두운 거리를 지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 A씨는 “발굴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몇 년째 공터로 방치된 곳이 밤만 되면 너무 어두워 암흑의 도시 같다“며 “특히 여학생들이나 노약자들이 밤길을 다닐 때 넘어지거나 범죄에 노출될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문화재 발굴 조사의 특성상 장기간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한 유적 보호를 위해 과도한 시설물 설치가 제한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깜깜이 현장‘을 방치하는 것은 주민들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이다.
문화재관련 전문가는 문화재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민 안전을 확보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발굴 현장 경계나 주요 통행로를 따라 설치와 철거가 용이한 이동식 임시 가로등이나 태양광 조명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유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행자의 시야를 확보하고 범죄 예방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부여군은 ‘역사문화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과거의 유산을 찾는 과정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가 희생되지 않도록 세심한 행정을 펼쳐야 할 때다. 관북리 유적 발굴 현장이 주민들에게 ‘불안한 어둠‘이 아닌 ‘안전한 공존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조명 시설 확충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