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뉴스공주시공산성에 되살아난 1400년 전 백제 궁중혼례

공산성에 되살아난 1400년 전 백제 궁중혼례

신랑·신부 하객과 국내외 관광객 300여 명 지켜봐

이성배 작가 붓춤’·백제전통무예 식전공연궁중무용·국악으로 대미 장식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지금부터 백제의 번영과 안녕을 위하여 왕실과 문무백관, 온 백성의 축복 속에 백제 궁중 혼인례를 시작하겠습니다.”

5일 오후 5시 충남 공주시 공산성 공북루. 집행관의 거례선포가 울려 퍼지자 1400여 년 전 백제 왕실의 혼례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열린 ‘백제 궁중 혼례’는 (재)백제세계유산센터가 주최하고 (사)우리문화융합진흥원(원장 은진현)이 주관했다. 백제의 혼례 의식에 서예와 전통무예, 궁중무용, 국악을 결합해 한 편의 역사문화 공연으로 꾸몄다.

현장에는 신랑·신부 측 가족과 하객뿐 아니라 주말을 맞아 공산성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함께했다. 객석과 공북루 주변을 메운 300여 명의 관람객은 백제 궁중 혼례의 전 과정을 지켜보며 새 부부의 출발을 축하했다.

붓춤으로 문 열고 칠지검무·쌍검무·월도까지

본식에 앞선 식전행사는 공주 출신 이성배 작가의 서예 퍼포먼스 ‘붓춤’으로 시작됐다.

이 작가는 붓과 춤, 음악과 필선을 한 무대에 풀어내며 혼례의 의미를 표현했다. 작품에는 ‘천정가연(天定佳緣)’, 즉 ‘하늘이 정한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두 개의 붓을 교대로 사용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혼인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조화와 합심으로 새로운 하나가 되는 과정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백제전통무예원(원장 김형중)이 백제전통무예를 선보였다. 칠지검무와 쌍검무를 비롯해 월도와 등패 등 다양한 무예 시연이 펼쳐지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제를 상징하는 역사적 소재와 전통무예를 역동적인 공연으로 풀어내면서 본식에 앞서 현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식전공연 붓춤(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붓춤(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식전공연 백제전통무예(사진=스토리스팟)

300여 명 앞 왕과 왕비로 입장

식전공연이 끝나자 백제 궁중 혼례의 막이 올랐다.

노부의장과 종친, 문무백관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이날 혼례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각각 백제의 왕과 왕비가 돼 입장했다.

첫 의식은 ‘전안례(奠雁禮)’였다. 기러기처럼 변치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는 신랑과 신부의 다짐을 담은 의식이다.

집사가 화촉을 준비하자 신랑측은 홍초에, 신부측은 청초에 불을 밝혀 혼례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두 사람은 손을 씻으며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 뒤 본격적인 혼례 절차에 들어갔다.

객석의 하객뿐 아니라 공산성을 관람하다 발걸음을 멈춘 국내외 관광객들도 혼례 과정을 지켜봤다. 공북루 주변까지 관람객이 둘러서면서 실제 결혼식과 역사문화 공연이 한데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백제 궁중혼례 장면(사진=스토리스팟)

하늘과 땅에 맹세하고 배우자에게 서약

‘교배지례’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예를 갖췄다. 신부가 신랑에게 두 번 절하고 신랑이 한 번 답례하는 절차를 거쳐 서로 존중하며 부부의 연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이어 ‘서천지례’에서는 하늘과 땅에 부부로서 살아갈 것을 서약했다. 두 사람은 잔반을 눈높이까지 들어 하늘에 맹세한 뒤 다시 내려 땅에 서약했다.

‘서배우례’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직접 부부의 약속을 했다. 잔을 들어 배우자에게 서약한 뒤 차를 나눠 마시며 그 약속을 받아들였다.

현대 결혼식과는 낯선 절차였지만 각각의 의식에 담긴 ‘신의’와 ‘존중’, ‘부부의 약속’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관람객들에게 전통 혼례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둘로 나뉜 대롱옥하나로혼례 절정

이날 궁중 혼례의 백미는 ‘합옥례’였다.

혼례 시나리오는 백제시대 공주 수촌리 고분군의 4호분과 5호분에서 각각 반으로 나뉜 대롱옥이 나왔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대롱옥을 부부의 인연을 상징하는 혼례 의식으로 재구성했다.

집사들이 신랑과 신부에게 각각 언약의 징표인 대롱옥을 건네자 두 사람은 앞으로 나와 반으로 나뉜 대롱옥을 하나로 합쳤다.

각자 살아온 두 사람이 혼인을 통해 하나의 부부가 됐음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둘로 나뉘었던 대롱옥이 하나가 되자 객석과 공북루 주변에서 혼례를 지켜보던 하객과 관광객들은 박수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정연정 궁중무용·파라미국악단 국악공연으로 대미

궁중 혼례가 끝난 뒤에도 무대는 계속됐다.

식후 축하공연에서는 정연정의 궁중무용이 펼쳐져 백제 궁중 혼례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우아한 몸짓으로 꾸며진 궁중무용은 혼례 의식의 여운을 무대로 확장했다.

이어 파라미국악단의 국악공연이 펼쳐지며 이날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전통 혼례에서 시작한 무대가 춤과 국악으로 이어지면서 공북루 일대는 한동안 전통문화 공연장이 됐다.

식전 이성배 작가의 붓춤과 백제전통무예원의 칠지검무·쌍검무·월도·등패 시연에서 시작해 백제 궁중 혼례 본식, 정연정의 궁중무용과 파라미국악단의 국악공연으로 이어진 구성은 혼례를 하나의 종합문화 콘텐츠로 보여줬다.

식후공연 파라미 국악단 공연(사진=스토리스팟)
식후공연 파라미 국악단 공연(사진=스토리스팟)

국내외 관광객도 함께한 살아있는 백제

이번 행사가 눈길을 끈 것은 실제 신랑·신부와 가족, 하객만 참여한 혼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말 공산성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관람객으로 합류하면서 약 300명이 객석과 공북루 주변에서 백제 궁중 혼례를 함께 지켜봤다. 가족의 경사인 결혼식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축하하는 공개 혼례이자 백제문화 체험의 장으로 확장된 셈이다.

무엇보다 세계유산 공산성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실제 혼례와 백제문화 콘텐츠가 결합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전안례와 교배지례, 서천지례, 서배우례, 합옥례로 이어지는 혼례 의식에 수촌리 고분군의 대롱옥, 서예 퍼포먼스와 백제전통무예, 궁중무용과 국악을 한데 엮으면서 ‘보는 유적’에서 ‘경험하는 역사’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5일 공산성 공북루에서 펼쳐진 한 시간의 혼례. 둘로 나뉜 대롱옥이 다시 하나가 되는 순간, 신랑·신부의 하객과 국내외 관광객 등 박수가 공북루 주변에 울려 퍼졌다.

1400년 전 백제의 혼례 문화가 이날 공산성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한 부부의 새로운 출발과 만났다.

스토리스팟(강대구 기자)
스토리스팟(강대구 기자)https://storyspot.kr
스토리스팟 발행인 및 대표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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