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존권·재산권 보장부터 용수 우선 배분·특별지원 패키지까지 5대 선결조건 제시
정부가 청양·부여 지역의 지천댐을 다목적댐으로 건설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용우 부여군수가 “부여를 배제한 지천댐은 없다”며 주민 생존권과 재산권, 지역 발전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군수는 31일 부여군청 서동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천댐 건설 추진 결정에 따른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군수는 부여군의 입장을 단순한 ‘조건부 수용’이 아닌 ‘선결조건부 수용’으로 규정했다. 정부와 충남도가 먼저 부여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한 뒤 사업에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이 군수는 “정부가 댐 건설 추진을 결정했다고 해서 부여군민의 희생까지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물을 필요로 한다면 그 물을 내어주는 지역 주민의 삶부터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여군은 지천댐의 국가적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부여군의 정당한 몫과 지역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댐 건설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여군도 직접 이해당사자”…상생발전협의체 요구
부여군은 정부와 충남도에 지천댐 추진을 위한 5대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부여군과 은산면 주민을 지천댐의 동등한 이해당사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지천댐 전체 편입지역은 약 4.1㎢로 계획돼 있으며, 부여군 은산면이 전체 편입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입가구 역시 전체 320가구 가운데 부여군이 160가구로 약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충남도·부여군·청양군·사업시행자·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가칭 ‘지천댐 상생발전협의체’를 구성하고 댐 규모와 수몰 범위, 보상, 용수 배분, 환경대책, 지역지원사업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여군과 주민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정부와 충남도의 지원사업 및 재원 배분에서도 부여군에 정당한 몫이 돌아올 수 있도록 청양과 별도의 지원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보상 넘어 ‘생활재건’ 요구…주민 피해 전수조사 제안
두 번째로는 단순한 토지보상을 넘어 주민의 ‘생활재건’을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이 군수는 댐 건설에 따른 피해가 수몰선 내부에 그치지 않고 생활권 단절, 농업환경 변화, 교통 불편, 지가 하락, 상권 위축, 영농 여건 악화 등 수몰선 밖 주민에게도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산면을 비롯한 영향지역을 대상으로 수몰·영농·환경·교통·상권·정주 여건 등을 포함한 주민 피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밤 재배농가를 비롯한 농업인의 영농 손실과 간접 피해까지 조사해 현실적인 보상과 대체농지, 영농전환, 생계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주가 불가피한 주민에게는 집단이주지와 주택·농지·생활편의시설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규제의 댐 돼선 안 돼”…부여에 용수 우선 배분 요구
세 번째 요구는 댐 건설 이후 추가 규제를 최소화하는 ‘추가 규제 제로 원칙’이다. 부여군은 상수원보호구역과 수변구역, 공장설립 제한, 개발행위 제한 등이 중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불가피한 규제에는 반드시 주민·부여군과 사전 협의하고 재산가치 하락과 영업·영농 손실에 대한 보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 지천댐에서 확보되는 물과 편익을 부여군에 우선 배분할 것을 요구했다.
부여군은 지천댐을 통해 확보한 물이 외부 산업단지와 다른 지역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정작 부여군민이 물 부족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생활·농업·산업용수의 부여지역 우선 배분량을 댐 기본계획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산면과 부여 서부권의 상수도 보급 확대, 농업용수 공급망 구축, 배수 개선, 하천 정비와 홍수방어시설 확충도 댐 건설과 동시에 추진하고, 댐 용수 공급·운영에 따른 편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지천댐 부여군 상생기금’ 조성도 제안했다.
“1000억원 추가 지원만으론 안 돼”…부여 별도 특별지원 요구
다섯 번째로 법정 지원을 넘어선 ‘부여군 특별지원 패키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 군수는 지천댐이 부여·청양의 홍수 대응을 넘어 충청권 산업용수와 미래 용수 공급까지 담당한다면 국가 차원의 별도 특별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충남도가 제시한 1000억원 추가 지원 약속도 부여와 청양을 하나로 묶은 총액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부여군에 지원할 사업과 규모를 별도로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수변휴양·생태관광·치유산업 육성, 주민참여형 소득사업, 지역특화 연구·교육기관 유치 등을 포함한 ‘지천댐 부여권 상생발전 종합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은산면과 지천댐을 연결하는 접근도로와 군도·지방도 확·포장, 상하수도와 농업기반시설 확충, 주민 정주단지와 생활SOC 조성 등도 국가와 충남도의 책임 아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군수는 청양군과의 지원 총액을 하나로 묶는 방식에도 선을 그었다. 피해조사와 주민보상, 지역발전사업은 각각의 특성에 맞춰 별도 계획과 예산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상생협약 체결 전 협조 없다”
부여군은 요구사항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도 요구했다. 정부가 댐 기본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주민대표와 부여군이 참여하는 ‘지천댐 부여권 특별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주민 피해 방지대책과 부여군 특별지원사업이 정부 계획과 예산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부여군의 협의와 협조를 선결조건 이행과 연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군수는 “부여를 빼고 지천댐을 논하지 마십시오. 주민 없는 결정은 없습니다. 확약 없는 협조도 없습니다”라며 “부여의 희생에는 반드시 부여의 미래로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에게 규제를 남기는 댐이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을 만드는 댐,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댐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이 편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상생의 댐이 돼야 한다”며 “군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부여군의 정당한 몫을 지키는 일에 군수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여군은 앞으로 자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주민 피해를 조사하고 상생발전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의 댐 기본계획과 충남도 지원계획에 부여지역 사업의 사업명·사업비·재원분담·추진시기·책임기관이 명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충남도 등 관계기관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