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들 “6명 위원의 밀실 결정 인정 못해”…향후 예타·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도 변수
청양군 28일 긴급 브리핑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돼 지역사회의 거센 찬반 논란을 불러온 충남 청양·부여 지천댐 건설사업이 결국 정부의 계속 추진 사업으로 결정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7일 신규댐 후보지 7곳에 대한 추가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지천댐을 홍수 방어와 용수 공급 기능을 함께 갖춘 다목적댐으로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4년 7월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전국 14곳의 신규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홍수·가뭄 예방 효과와 환경 훼손 문제를 둘러싼 논란, 수몰 예정지를 중심으로 한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업 전반을 재검토했다.
지난해 9월 14곳 가운데 필요성이 낮거나 주민 반대가 큰 7곳의 추진을 중단한 데 이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나머지 7곳에 대해 공론화와 기본구상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천댐을 포함한 5곳은 추진하고 2곳은 댐 대신 대안을 마련하기로 최종 방향을 정했다.
정부 “청양·부여 홍수 방어에 충청권 용수 공급까지”
지천댐은 당초 홍수 방어 기능을 중심으로 검토됐던 사업이다.
정부는 2023년 집중호우 당시 지천 하류지역에서 발생한 피해와 청양·부여가 4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점 등을 사업 필요성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여기에 최근 충청권 메가프로젝트 추진 등에 따른 새로운 용수 수요까지 고려하면서 홍수조절댐이 아닌 다목적댐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
정부에 따르면 지천댐이 건설되면 하루 18만t의 물을 청양·부여를 포함한 금강권역에 공급할 수 있다. 2023년 당시 최대 강우량 수준인 100년 빈도 홍수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지천댐 공론화위원회 역시 금강권역의 물 부족 가능성과 충청권의 향후 용수 수요를 감안하면 지천댐이 신규 수원 역할을 할 수 있고, 청양·부여지역의 홍수 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가 지천댐의 필요성을 기존 ‘치수’에서 ‘치수+용수 공급’으로 확대했다는 점은 이번 결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14개 신규댐 중 5곳만 살아남아…지천댐 포함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14개 신규댐 가운데 최종적으로 7곳은 중단, 2곳은 대안 추진, 5곳은 댐 건설 추진으로 정리됐다.
건설 추진 대상은 지천댐을 비롯해 경기 연천 아미천댐, 전남 강진 병영천댐, 울산 회야강댐, 경남 거제 고현천댐이다.
경북 김천 감천댐과 경남 의령 가례천댐은 댐 건설 대신 기존 댐·저수지 활용과 하천 정비 등의 대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당초 14개 신규댐에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던 전체 사업비도 약 4조7500억원에서 1조67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이날 발표로 지천댐 건설 자체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건설 추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앞으로 예비타당성조사와 타당성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댐건설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해야 구체적인 건설계획이 확정된다.
반대 주민 “공론화 인정 못한다”…정부 발표 직후 반발
정부의 추진 결정에도 지천댐을 둘러싼 지역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천댐 건설을 반대해 온 주민들은 이날 정부 발표 직후 강하게 반발했다.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수렴 없이 6명의 위원이 밀실에서 결정한 지천댐 건설을 거부한다”며 공론화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논의 과정이 주민은 물론 청양군과 충남도에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고 수몰에 따른 주민 피해와 지역공동체 변화가 예상되는 사업을 소수의 공론화위원이 결정하는 것은 주민 주권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홍수 예방과 용수 확보 논리에도 반론을 폈다.
반대 주민들은 금강도수로를 비롯해 해수담수화, 지하수저류댐, 공업용수 재활용 등 댐 건설 이외의 물 확보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댐 건설에 따른 국가유산과 생태환경 훼손, 수몰지역 주민 이주와 지역공동체 해체 가능성도 주요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대책위는 2024년 7월부터 지천댐 반대운동을 벌여왔으며, 그동안 1만여 명의 반대 서명을 정부 등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가 필요성’과 ‘주민 수용성’ 충돌…청양군 28일 긴급 브리핑
정부가 1년 넘게 이어진 재검토 끝에 지천댐 추진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사업을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청양·부여의 반복되는 수해와 금강권역의 미래 용수 수요를 근거로 사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반대 주민들은 공론화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 수용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건설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향후 예비타당성조사와 타당성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댐의 규모와 사업비, 수몰 범위, 환경·문화유산에 미치는 영향, 홍수조절 효과, 실제 용수 수요의 적정성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신규댐 7곳에 대한 검토 결과와 향후 계획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주민들께 충분히 설명할 계획”이라며 “수자원의 최적 활용 방안을 마련해 홍수·가뭄 피해를 줄이고 국가첨단산단 등에 용수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청양군도 정부의 지천댐 건설 추진 발표에 따른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
청양군은 28일 오전 청양군청 1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언론브리핑을 열고 지천댐 건설 추진 결정에 대한 군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천댐을 다목적댐으로 추진하기로 공식 결정한 직후 나오는 청양군의 첫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지천댐을 둘러싸고 지역 내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온 만큼, 청양군이 정부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와 함께 주민 의견 수렴 및 갈등 조정, 정부와의 향후 협의 방향 등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부의 건설 추진 결정에 이어 반대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발, 청양군의 긴급 브리핑까지 이어지면서 지천댐 문제가 청양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