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 요구액 2129억→600억원으로 축소…가용재원은 432억원
행정운영경비 15%·시설비 12% 일괄 감액…여비 전액 삭감·인건비 37억원도 조정
올해 미룬 군비 부담, 내년 이후 재정 압박 우려
부여군이 제2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두고 공무원 인건비와 행정운영경비, 시설비까지 손대는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각 부서가 요구한 군비에 비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크게 부족하면서 개별 사업 조정을 넘어 전 부서 일괄 감액에 나선 것이다.

당장 이번 추경의 세입·세출 균형을 맞추는 것도 문제지만, 상당수 사업비가 실제 삭감이 아닌 ‘추진 시기 조정’ 방식으로 뒤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다. 올해 넘긴 군비 부담이 내년 이후 다시 돌아올 경우 부여군의 재정 압박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129억원 요구했는데 가용재원은 432억원
부여군의 이번 추경 재정 상황은 숫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당초 각 부서가 제2회 추경에 요구한 군비는 모두 2129억원이었다. 반면 지방교부세 추가분과 조정교부금, 전년도 이월금,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동원해 군이 확보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432억원 수준에 그쳤다.
요구액과 가용재원의 차이가 무려 1697억원에 달한 셈이다.
이에 군은 사업의 시급성과 연내 집행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세 차례에 걸친 조정 작업을 벌였다.
1차 조정에서 요구액을 1089억원으로 줄였고, 2차 조정에서는 824억원까지 낮췄다. 이어 지난 7일 기준 3차 조정을 통해 600억원까지 축소했다.
당초 요구액 2129억원 가운데 1529억원을 걷어낸 것이다. 전체 요구액의 약 72%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세 차례 조정을 거치고도 432억원의 가용재원보다 168억원이 많다. 결국 군은 개별 사업을 선별해 삭감하는 방식만으로는 재원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 부서에 공통 감액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행정운영경비 15%·시설비 12%…전 부서 ‘공통 삭감’
군이 꺼내 든 추가 대책은 행정운영경비 15%와 각종 시설비 12% 일괄 감액이다.
제2회 추경에 편성된 국내여비와 국외여비, 국제화여비도 전액 삭감하고 향후 재정 상황을 지켜본 뒤 다시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각 부서가 시급성이 떨어지거나 올해 안에 집행하기 어려운 사업을 자체적으로 선정해 예산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율 조정만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지 못하면서 모든 부서가 일정 비율씩 예산을 줄이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특정 사업 몇 건을 포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행정 전반에서 지출을 줄여야 할 만큼 재원 사정이 빠듯해졌다는 의미다.
공무원 인건비 37억원도 조정…“급여 삭감 의미는 아냐”
특히 이번 세출 조정에는 공무원 인건비 예산 37억원도 포함됐다.
다만 이를 공무원 급여 자체를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현재 편성된 인건비와 연말까지 실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다시 산정해 당장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재원을 줄이는 방식이다.
문제는 인건비가 선택적으로 지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업비가 아니라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필수경비라는 점이다.
연말까지 실제 필요한 인건비가 현재 조정된 예산을 넘어설 경우 부족분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 인건비까지 재원 조정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 자체가 부여군이 처한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삭감’했지만 사라진 지출 아니다…청구서 뒤로 미룬 셈
이번 예산 조정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1529억원의 조정액을 모두 ‘예산 절감’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업을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여 앞으로도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이 있는 반면, 상당 부분은 당장 군비를 확보하기 어려워 사업 추진 시기나 군비 부담 시점을 연말 또는 다음 연도로 넘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청구서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라 납부 시기를 뒤로 미룬 것에 가깝다.
의회청사 건립을 비롯해 일반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 각종 체육시설 조성 등 대규모 사업도 사업 추진 시기 또는 군비 투입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추경에서 168억원의 부족분을 추가로 조정해 세입·세출을 맞춘다고 해도 부여군의 재정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부담하지 못한 사업비가 내년 이후 다시 편성돼야 하고, 여기에 신규 사업비까지 더해지면 재정 부담이 중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도비 확보 뒤 따라오는 ‘군비 매칭’…누적된 사업이 재정 압박
현재의 재정난을 올해 한 해의 문제만으로 보기도 어렵다.
부여군은 그동안 각종 국·도비 공모사업과 대규모 시설·투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국·도비 확보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하고 지역 현안사업을 추진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대부분 일정 비율의 군비 부담이 뒤따른다.
사업이 계획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이월될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제시된 결산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부여군 일반회계에서 다음 연도로 넘어간 예산은 연평균 1700억원 수준이다. 특히 대규모 시설·투자사업이 포함된 자본지출 분야에서 미집행과 이월이 집중됐다.
올해 끝내지 못한 사업은 다음 해에도 계속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공모·투자사업이 추가되면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군비 부담이 동시에 발생한다.
국·도비 확보 당시에는 외부재원 유치라는 성과가 부각되지만 사업이 누적되면 군비 매칭과 후속 투자비가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업과 국·도비를 확보했느냐뿐 아니라 부여군 자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업을 추진했는지 여부다.
재정안정화기금도 802억→42억원…완충 여력 크게 줄어
재정 위기 때 완충 역할을 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감소도 부담이다.
자료에 따르면 부여군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2022년 802억원에서 2025년 42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세입 감소나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축소됐다는 의미다.
특히 기존 대형사업에 들어갈 군비와 올해 뒤로 미룬 사업비가 내년 이후 동시에 현실화할 경우 재정 운용의 경직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2차 추경을 단순히 168억원의 부족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기존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중장기 투자계획과 군비 부담 능력을 함께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