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드라마 ‘터치’ 촬영지… 빛바랜 배우들 사진이 소품처럼 남아있는 찐 노포
“밥값은 내가 냈어” 우연히 만난 이웃의 정이 오가는 곳, 부드러운 소면 어죽의 매력
충남 청양군 읍내, 칠갑산 알프스 마을 청양에 시간이 멈춘 듯한 식당이 있다. 간판부터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진영분식’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수한 육수 냄새와 함께 벽면에 걸린 낯익은 얼굴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드라마 ‘터치’ 속 그 장소… 세월을 간직한 노포
식당 한쪽 벽면에는 2020년 채널A에서 방영된 드라마 ‘터치’의 주인공 주상욱, 김보라, 이상아, 김광식 배우의 사진이 걸려있다. 유명 연예인이 다녀가며 남긴 흔한 사인 한 장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드라마 촬영할 때 썼던 소품 사진을 그대로 걸어둔 거예요.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입니다.”
무심한 듯 건네는 사장님의 설명에서 ‘찐 노포’의 포스가 느껴진다.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드라마 속 장면이 현실에 그대로 박제된 듯한 독특한 분위기는 이 집만의 매력이다. 낡은 테이블과 빛바랜 사진, 그리고 펄펄 끓는 어죽 솥이 어우러져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걸쭉한 국물 그리고 ‘소면’… 부드러움의 미학
배우들의 사진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붉은 어죽이 상에 오른다. 진영분식의 어죽은 투박함 속에 섬세함이 숨어있다. 씹는 맛을 강조하는 보통의 어죽집들과 달리, 이곳은 가늘고 부드러운 ‘소면’을 고집한다.
붉은 국물 속에 잠긴 소면은 나오자마자 진한 육수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젓가락으로 한 움큼 집어 올리면 면 사이사이 배어든 국물 덕분에 씹을 새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비린내 하나 없이 민물고기를 푹 고아낸 걸쭉한 국물에 들깨가루와 깻잎 향이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묵은지와 공깃밥, 그리고 “내가 계산했어”
이 집의 맛을 완성하는 건 직접 담가 땅속 항아리 맛을 낸 ‘김장김치’다. 뜨거운 소면 위에 척 걸쳐 먹는 시원한 묵은지 한 점은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일등 공신이다.
면을 다 건져 먹었다면 “사장님, 공깃밥 하나요!”를 외칠 차례다. 남은 육수에 밥을 말아 걸쭉하게 퍼진 죽을 묵은지와 함께 떠먹어야 비로소 식사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훈훈한 풍경 하나 더
점심시간이면 “어? 형님!”, “오셨어요!” 하며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가 식당을 채운다. 행정구역은 청양이지만, 가끔 부여에서 온 지인과 마주친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며 슬그머니 계산을 마치곤 “내가 계산했어, 잘 먹고 가”라며 툭 던지는 한마디.
타지에서 만난 이웃의 밥값을 몰래 챙겨주는 그 따뜻한 마음이 붉은 어죽 국물보다 더 뜨겁게 오간다. 맛과 멋, 그리고 정(情)이 흐르는 노포. 진영분식이 단순한 맛집을 넘어 부여 사람들의 사랑방이 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