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국립부여박물관 ‘백제대향로관’ 개관식, 공연 기획 ‘옥에 티’

국립부여박물관 ‘백제대향로관’ 개관식, 공연 기획 ‘옥에 티’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2주년 개관식, 엉뚱한 국악기 연주 논란
박물관 측 현대적 재해석해명에도 국립박물관의 정체성 훼손비판

지난 22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열린 백제금동대향로관개관식 축하 공연이 때아닌 역사성 논란에 휩싸였다. 백제 최고의 보물이자 백제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백제금동대향로를 위한 행사에서 정작 백제 악기는 배제된 채 후대의 악기들이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백제 오악사의 소리로 소개한 박물관 측의 태도가 논란을 더욱 키웠다. 

24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개관식 축하 무대에는 거문고와 생황 등을 연주하는 현대 국악팀이 올랐다. 문제는 이들이 연주한 악기가 백제금동대향로에 새겨진 백제 오악사(五樂士)’의 악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향로 속 오악사는 배소, 종적, 백제금, 백제삼현, 북 등 다섯 가지 백제 고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이는 백제 음악 연구의 핵심 사료로 평가받는다

지난 22일 백제대향로관 개관 행사에서 박다울외 4인 축하공연 장면(사진=박은주 기자)

부여군충남국악단의 오악사 공연장면(사진=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실제 축하무대는 기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졌다. 무대에 오른 것은 거문고 한 명과 정악 가야금, 생황, 단소, 소리북과 아프리카 타악을 연주하는 밴드였다. 백제 오악사 중 유일하게 비슷하게 구성된 거문고, 정악 가야금 마저도 다른 악기들의 강렬한 사운드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본고장에서 열린 가장 중요한 행사에서 백제의 음악이나 악기와는 전혀 무관한 현대 록 밴드풍의 퓨전 국악 공연이 펼쳐진 것이다. 

심지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축사에서 해당 공연을 오악사의 소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립부여박물관 관계자는 백제 오악사의 악기 구성을 바탕으로 하되,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창작곡을 선보인 것이라며 전시 공간에 어울리는 최적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앰비언트 뮤직(배경음악)’의 시도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고대 악기의 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학술적인 복원 연주회가 아닌, 축하 공연의 성격이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곡은 향후 전시실 배경음악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립박물관의 위상과 백제금동대향로라는 유물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백제 음악 복원 연구 성과가 충분히 축적된 상황에서 굳이 다른 시대의 악기를 백제의 소리로 둔갑시킨 것은 국립박물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백제대향로관 개관식이라는 행사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공연이었다며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최소한 백제오악사의 악기 구성을 갖추거나, 백제의 음악적 색채를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어야 했다마치 행사의 의미를 모르는 채 섭외된 듯한 공연이어서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음악회라면 용인될 수 있는 창작의 자유지만, 국가적 보물을 위한 공식 행사에서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왜곡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립부여박물관이 현대적 감각에 치우쳐 정작 중요한 백제의 정신역사적 책임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전시 행정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동취재 / 스토리스팟 강대구 기자, 세종파라미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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