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농업농업 거대한 우유갑이 보령의 랜드마크로… '보령우유', 이수호 대표의 6차 산업 성공기

[스토리스팟 기획] 거대한 우유갑이 보령의 랜드마크로… ‘보령우유’, 이수호 대표의 6차 산업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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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 두 마리 목장에서 MZ세대의 ‘성지’가 되기까지

“월급날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킨다”… 과거의 설움, 경영의 원칙이 되다

“마시고, 느끼고, 즐겨라”… 유기농 우유가 선사하는 오감(五感) 만족 체험

충남 보령시 천북면,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들판 위에 뜬금없이 서 있는 거대한 구조물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우유갑 모양을 본떠 만든 독특한 건축물, ‘우유창고’다. 평범한 축사가 있던 자리는 이제 주말이면 하루 수천명 방문객이 방문해 줄을 서는 지역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우유갑 모양의 '우유창고'는 별도의 광고 없이도 방문객들이 SNS에 올린 '인생샷'들이 퍼져나가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했다.
우유갑 모양의 ‘우유창고’는 별도의 광고 없이도 방문객들이 SNS에 올린 ‘인생샷’들이 퍼져나가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했다.

1980년 젖소 두 마리로 시작한 ‘개화목장’이 40여 년 만에 연 매출 100억 원 대의 강소기업 ‘(주)보령우유’로 성장한 배경에는, 소비자를 농장 안으로 끌어들인 혁신적인 공간 ‘우유창고’와 그 안을 채우는 이수호 대표의 단단한 경영 철학이 있었다. 단순한 카페를 넘어 농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이곳의 성공 비결을 취재했다.

“대표님, 사진 한 장만 찍으시죠.” 사진 요청에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어허, 내 사진 찍으려면 돈 줘야 하는데…(하하).“

호탕한 웃음과 함께 건넨 농담이었지만, 묘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수호 대표는 이제 단순한 낙농주가 아니다. 주말이면 하루에 수천명이 찾는 핫플레이스의 주인이자, 전국 지자체와 낙농인·농업인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줄을 서는 대한민국 6차 산업의 ‘전국구 스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9일, 충남 보령시 천북면 ‘우유창고’에서 마주한 이 ‘스타 낙농주’의 진짜 매력은 유명세가 아니었다. 화려한 성공 신화 이면에는 지난날의 설움을 잊지 않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단단한 ‘뚝심’이 있었다.

어허, 내 사진 찍으려면 돈 줘야 하는데… 농담을 던지며 밝게 웃고 촬영을 허락한 이수호 대표

“찍어야 산다”… MZ세대 취향 저격한 ‘공간의 미학’과 ‘타협 없는 품질’

우유창고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은 단연 ‘비주얼’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거대한 우유갑 형상의 건물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 별도의 광고 없이도 방문객들이 SNS에 올린 ‘인생샷’들이 퍼져나가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내부는 오래된 축사의 골조와 같이 빈티지한 매력을 더했으며, 이는 경험과 공유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반드시 가봐야 할 힙(Hip)한 공간’으로 인식됐다.

우유창고 카페 외부 모습
우유창고 카페 외부 모습
직관적인 간판은 이곳을 단숨에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
옥수수 사료 포대(Silage)를 받침대로 활용한 진열대가 이색적이다. 우유와 요거트부터 캐릭터 굿즈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단순한 목장을 넘어 소비자가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우유창고'의 혁신 현장이다.
옥수수 사료 포대(Silage)를 받침대로 활용한 진열대가 이색적이다. 목장에서 갓 짠 원유로 만든 신선한 치즈와 베이커리, 그리고 아기자기한 브랜드 굿즈(Goods)가 방문객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겨냥해 출시한 펫 전용 우유 '애니유(AniU)'. 사람이 먹는 유기농 원유와 동일한 품질로 만들어, 보령우유의 세심한 기획력과 시장 확장성을 엿볼 수 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겨냥해 출시한 펫 전용 우유 ‘애니유(AniU)’. 사람이 먹는 유기농 원유와 동일한 품질로 만들어, 보령우유의 세심한 기획력과 시장 확장성을 엿볼 수 있다.
우유창고 카페에는 목장에서 갓 짠 원유로 만든 유기농 베이커리와 키위잼, 딸기잼이 진열되어 있다.
우유창고 카페에는 목장에서 갓 짠 원유로 만든 유기농 베이커리와 키위잼, 딸기잼이 진열되어 있다.
내부는 오래된 축사의 골조와 같이 빈티지한 매력을 더한 우유창고 카페 내부 모습
낡은 축사의 감성을 살 빈티지한 매력을 더한 우유창고 카페 내부 모습
보령우유 목장의 젖소들이 따스한 햇살 아래 넓은 초지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생산된 유기농 원유는 보령우유 품질의 핵심 경쟁력이다.
보령우유 목장의 젖소들이 따스한 햇살 아래 넓은 초지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생산된 유기농 원유는 보령우유 품질의 핵심 경쟁력이다.
목장 바로 옆에 위치한 최첨단 유가공 시설. 착유한 원유를 이동 없이 곧바로 가공하여 신선함을 유지하는 '수직 통합 시스템'의 심장부다.
목장 바로 옆에 위치한 최첨단 유가공 시설. 착유한 원유를 이동 없이 곧바로 가공하여 신선함을 유지하는 우유공장은 ‘수직 통합 시스템’의 심장부다.

하지만 공간만 예쁘다고 해서 롱런할 수는 없다. 우유창고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옆 목장에서 갓 짜낸 ‘유기농 원유’에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목장 라떼’와 ‘유기농 아이스크림’은 보령우유가 생산하는 최상급 원유를 베이스로 한다. 72~75도의 저온 살균 공법을 거친 우유는 시중 제품에서 느끼기 힘든 묵직한 고소함과 신선함을 자랑한다. 특히 스타벅스코리아 품절 대란의 주역인 ‘그릭 요거트’와 매장에서 직접 굽는 베이커리는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재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콘텐츠다.

또한, 우유창고는 소비자가 낙농업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송아지 우유 주기 ▲건초 주기 ▲치즈 및 아이스크림 만들기 ▲버터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먹거리의 생산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설움 겪어봐서 안다”… 화려한 성공 이면의 ‘사람 농사’

화려한 우유창고의 겉모습 뒤에는 흙먼지 냄새보다 더 진한 이수호 대표의 ‘사람 냄새’나는 경영 철학이 숨어 있다. 이 대표가 직원들에게 가장 철저하게 지키는 원칙은 ‘비정규직 없는 회사’와 ‘칼 같은 월급 날짜’다.

이는 그가 젊은 시절 직장 생활을 하며 겪었던 아픔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 남의 밑에서 일하며 대접받지 못했을 때의 그 수치심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내 직원은 절대 그런 기분 느끼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이 사업에서 손 떼는 날까지 월급 날짜는 단 하루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비정규직 없이 모두를 정규직으로 대우해 안정적인 삶을 꾸리게 하는 게 내 신조”라고 힘주어 말했다.

떠나는 청년을 잡고, 지역과 나누는 ‘상생의 미래’

보령우유는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도 ‘로컬의 미래’를 심고 있다. 현재 보령우유의 직원 34명 중 60%는 청년이다. 이 대표는 “젊은 친구들이 고향을 등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지역의 청년들을 잡아서 여기서도 충분히 멋지게 생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내가 이 지역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성공의 결실은 지역 사회와 함께 나눈다. 이 대표는 “돈만 쫓아가다 보면 사람이 추해진다. 돈이 나한테 와서 붙게 하려면 내가 가진 콘텐츠가 좋고 성실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는 매년 약 4,000만 원 상당의 자사 제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며, 홀로 사는 노인들과 소외 계층에게 매주 요거트를 공급하고 있다.

레드오션이라 불리던 우유 시장에서 ‘공간’과 ‘체험’이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보령우유. 그 거대한 우유갑 속에는 단순히 우유만 담긴 것이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지역과 상생하려는 이수호 대표의 진심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대한민국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비추는 등대, 우유창고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스토리스팟 생각]

▷ ‘스타 낙농주’의 가벼운 농담은 그가 지역 사회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인정받는 인물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태도는 그가 왜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짐작게 했다.

▷ 경영자의 ‘결핍’이 만든 ‘포용’ 이수호 대표의 철칙(정규직화, 임금 체불 제로)은 거창한 경영 이론이 아닌, 본인의 과거 아픔에서 비롯됐다. ‘내가 힘들었으니 남은 겪게 하지 말자’는 휴머니즘이야말로 보령우유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 로컬 비즈니스의 정석 공간 혁신(우유창고), 품질 혁신(유기농), 그리고 상생(청년 고용·기부). 보령우유는 지방 소멸 시대에 농촌 기업이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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