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7시부터 정림사지 주무대서 한·중·일 문화교류 공연
우즈베키스탄 고려인합창단도 참여…노래와 전통예술로 교류의 의미 더해
백제가야금연주단·일본 무용가 협연, 부여를 노래한 일본 가수 무대 이어져
가야금으로 들려주는 일본의 ‘사쿠라’와 중국의 ‘첨밀밀’, 한국의 창작음악에 맞춘 일본 무용가의 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고려인들의 합창까지. 백제의 옛 수도 부여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음악과 춤으로 만났다.

제72회 백제문화제 한·중·일 문화교류 공연이 9일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부여 정림사지 주무대에서 진행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예술에 우즈베키스탄 고려인합창단의 노래가 더해져, 백제문화제의 문화교류 무대를 폭넓게 구성했다.
공연에는 백제국악관현악단과 백제가야금연주단, 중국 허난성 난양예술단, 일본 가수와 무용가, 우즈베키스탄 고려인합창단 등이 참여했다. 각자의 전통을 소개하는 공연과 서로의 음악을 함께 풀어내는 협연이 이어지며 교류의 의미를 전했다.
고려인의 노래에 담긴 고향과 뿌리
우즈베키스탄 고려인합창단은 한국어 노래로 고국과의 연결을 표현했다.
공연 소개에서는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고려인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고 공동체의 연대를 이어가는 고려인 사회가 소개됐다. 1937년 강제이주라는 아픈 역사를 거쳐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후손들이 한국어와 노래, 전통문화를 지켜왔다는 설명도 함께 전해졌다.
합창단은 ‘두만강’, ‘상사화’, ‘홀로아리랑’, ‘옛 시인의 노래’, ‘만약에’ 등을 공연곡으로 준비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정체성을 담은 노래들은 한·중·일 교류 공연에 한민족의 문화적 연결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를 더했다.
백제의 역사 공간에서 만난 고려인의 노래는 문화가 국경과 시간을 넘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순서였다.
백제국악관현악단, 전통음악의 흥과 멋
지역의 전통음악을 이어온 백제국악관현악단은 ‘산도깨비’와 ‘소금장수’로 무대를 꾸몄다. 해학적인 이야기를 담은 곡을 통해 국악의 흥과 친근함을 전하는 공연이었다.
노래는 심민성·유효영이 맡았으며, 이종관 단장을 비롯한 12명의 단원이 연주에 함께했다.
1991년 창단한 백제국악관현악단은 백제문화제 제례음악과 백제오악사 연주를 이어온 부여의 국악단체다. 이날 공연에서는 제례 현장의 엄숙한 음악과는 다른, 이야기와 흥이 살아 있는 국악의 면모를 소개했다.

중국 고쟁과 무용으로 펼친 다양한 정서
중국 허난성 난양예술단은 전통무용과 고쟁 연주를 통해 중국 예술의 여러 표정을 선보였다.
전통무용 ‘칠판춤’은 일곱 개의 접시와 하나의 북을 오가며 춤추는 독특한 형식으로 소개됐다. 접시와 북을 활용하는 구성에 소매 동작과 발놀림을 더해, 전통무용의 우아함과 역동성을 함께 드러내는 작품이다.
고쟁 합주 ‘칼날 같은 꿈’은 무협 세계의 기개와 낭만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강하고 빠른 선율과 부드러운 흐름이 교차하는 구성을 통해 서로 다른 정서를 한 곡에 담았다.
고쟁 독주와 무용이 어우러진 ‘미녀의 애가’는 보다 섬세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맑고 부드러운 고쟁의 음색에 고전무용을 결합해 서정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무대였다.
같은 전통악기라도 연주 방식과 무용의 결합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중국 공연의 특징이었다.



일본 가수의 노래에 담긴 한·일 연결
일본 가수들의 무대에는 두 나라를 잇는 사연과 부여를 향한 관심이 담겼다.
노디 가즈히코의 공연 소개에서는 ‘Heartful Flower’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졌다. 일본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희생된 이수현 씨의 사연을 그의 어머니에게 듣고 만든 노래로,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했던 뜻을 음악으로 이어간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노지 유키코의 소개에서는 부여를 알리는 노래 ‘부여연가’가 언급됐다. 부여의 매력을 일본에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일본어 음반 발매를 통해 부여를 소개해 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국 예술인이 자신의 언어와 음악으로 부여를 소개하는 대목은 이날 교류 공연이 지닌 지역적 의미를 보여줬다. 해외 공연을 부여에서 선보이는 데서 나아가, 부여의 이야기가 해외로 이어지는 연결도 함께 담았다.


가야금으로 만난 ‘사쿠라’와 ‘첨밀밀’
백제가야금연주단은 한국의 전통악기와 다른 나라의 음악을 연결하는 무대를 펼쳤다.
연주단의 공연은 드뷔시의 ‘달빛’과 창작곡 ‘백제여 깨어나라’로 문을 열었다. 서양 음악과 백제를 주제로 한 창작음악을 가야금으로 들려주며 공연의 폭을 넓혔다.
이어 일본의 ‘사쿠라’와 중국의 ‘첨밀밀’을 연주했다. 한·중·일 문화교류라는 취지를 가야금의 음색으로 풀어낸 순서다. 서로 다른 나라의 곡을 하나의 전통악기로 들려주면서 익숙한 음악에 새로운 색채를 입혔다.
대금과 소금이 함께하는 무대도 이어졌다. ‘상사화’와 ‘인연’은 전통 관악기의 음색으로 구성됐으며, 마지막 곡 ‘백제환타지’는 백제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창작음악으로 표현했다.
2007년 창단한 백제가야금연주단은 한국 전통예술의 대중화·현대화·세계화를 지향하며 활동해 온 단체다. 이날 무대에서도 백제를 소재로 한 음악과 해외의 친숙한 곡을 함께 배치해 지역성과 국제교류를 연결했다.




한국 음악과 일본무용의 협연
일본 무용가 후지마 신노스케와 백제가야금연주단의 협연은 서로 다른 전통이 한 작품 안에서 만나는 순서였다.
후지마 신노스케는 연주단의 창작곡 ‘그대에게 가고 싶은 별 하나’와 ‘서곡’에 맞춰 춤을 선보였다. 한국 음악 위에 일본무용의 움직임을 더해, 연주와 무용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그는 일본무용을 중심으로 국내외 무대에서 활동해 왔으며, 부여의 국악단체들과 협연해 백제문화제와 서동연꽃축제에도 참여한 무용가다. 이번 공연 역시 그동안 이어온 교류를 다시 무대 위에서 연결하는 자리였다.
전통 타악의 울림을 전하는 사물놀이도 공연 구성에 포함됐다. 꽹과리·징·장구·북이 만드는 장단은 합창과 현악, 관악, 무용으로 이어진 프로그램에 또 다른 리듬을 더했다.

백제의 옛 수도에서 이어진 오늘의 교류
이날 공연은 각국의 예술을 차례로 소개하는 무대와 함께, 서로의 음악을 연주하고 협연하는 순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가야금으로 일본과 중국의 곡을 들려주고, 일본 무용가가 한국의 창작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문화교류를 구체적인 공연으로 보여줬다. 고려인합창단의 노래와 일본 가수들이 전한 한·일 연결의 사연도 교류의 폭을 넓혔다.
제72회 백제문화제는 ‘아름다운 백제, 빛나는 사비’를 주제로 11일까지 부여 시가지 일원에서 이어진다. 9일 밤 정림사지에서 열린 문화교류 공연은 백제의 역사 공간을 오늘의 음악과 춤으로 채우며, 서로 다른 문화를 만나고 이해하는 축제의 한 장면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