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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에 펼쳐진 부여 용정리상여소리, 공동체의 정을 노래

11일 백제문화제서 전통 상례 재현…상여 행렬과 다리 건너기 선보여

서로 다른 사설이 겹치는 ‘짝수소리’ 특징…1997년 충남 무형유산 지정

망자를 보내고 유족을 위로하던 마을 공동체의 문화 전해

형형색색의 만장이 정림사지 하늘 아래 펼쳐졌다. 상복 차림의 출연진이 행렬을 이루고, 화려하게 장식한 상여가 그 뒤를 따랐다. 나무로 마련한 다리 위에서는 상여를 멘 이들이 걸음을 맞추며 고인을 장지로 모시는 옛 장례 풍속을 재현했다.

상복 차림의 출연진이 상여 앞에서 고인을 배웅하는 전통 상례를 재현하고 있다.
상복 차림의 출연진이 상여 앞에서 고인을 배웅하는 전통 상례를 재현하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출연진이 병풍과 제상 앞에서 절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을 선보이고 있다.
출연진이 병풍과 제상 앞에서 절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형형색색의 만장을 든 출연진이 정림사지에서 전통 장례 행렬을 재현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만장을 든 출연진이 정림사지에서 전통 장례 행렬을 재현하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만장 행렬이 시연용 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만장 행렬이 시연용 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대메꾼들이 상여를 메고 보조를 맞추며 다리 건너기를 시연하고 있다.
대메꾼들이 상여를 메고 보조를 맞추며 다리 건너기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를 멘 대메꾼들이 나무다리 위에서 걸음을 맞추고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를 멘 대메꾼들이 나무다리 위에서 걸음을 맞추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부여 용정리상여소리 출연진이 관람객들 앞에서 상여를 메고 정림사지를 행진하고 있다.
부여 용정리상여소리 출연진이 관람객들 앞에서 상여를 메고 정림사지를 행진하고 있다.(사진=스토리스팟)

제72회 백제문화제 마지막 날인 10월 1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부여 정림사지에서 ‘부여 용정리상여소리’ 행사가 열렸다. 이날 시연은 용정리에 전해 내려온 상여소리와 상례 문화를 통해, 한 사람의 죽음을 마을이 함께 애도하고 유족의 슬픔을 나누던 공동체의 모습을 전했다.

만장과 상여로 되살린 전통 상례

정림사지에 마련된 시연 공간에는 청색과 흰색 천으로 덮개를 드리운 상여가 등장했다. 여러 색의 장식과 조각으로 꾸민 상여 앞에는 병풍과 제상이 놓였고, 출연진은 절을 올리며 고인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표현했다.

이어 만장을 든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출연진이 나무다리를 건너고, 상여를 멘 대메꾼들이 그 뒤를 따랐다. 대메꾼은 상여를 메고 운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다리 건너기는 여러 사람이 무거운 상여를 함께 옮기는 과정에서 호흡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출연진은 상여 양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이동했고, 주변 관람객들은 행렬을 지켜보거나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번 행사는 전통 장례에서 쓰인 복식과 도구, 행렬과 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시연이었다. 관람객들은 노래뿐 아니라 그 노래가 불리던 상황과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접할 수 있었다.

용정리에서 이어온 삶과 죽음의 노래

부여 용정리상여소리는 부여읍 용정리에서 전승된 전통 상여소리다. 상여를 메고 장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부르며, 고인과의 이별을 표현하는 동시에 상여꾼들의 걸음과 힘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부여군 문화관광 자료에 따르면 용정리에서는 이를 ‘호상소리’라고도 불렀다. 호상은 천수를 누리고 복되게 살다 세상을 떠난 이의 장례를 가리킨다. 정확한 발생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마을 사람들이 윗세대의 소리를 듣고 배우는 방식으로 전승해 왔다. 부여 용정리상여소리는 1997년 12월 23일 충청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전승의 바탕에는 마을의 장례를 함께 맡던 ‘상두계’가 있었다. 주민들은 상이 나면 장례 일을 나누어 맡았고, 그 과정에서 상여를 다루는 방법과 소리를 다음 세대에 전했다. 용정리상여소리는 노래와 상례, 마을의 상호부조가 결합한 생활문화인 셈이다.

길과 걸음에 따라 달라지는 다섯 가지 소리

용정리상여소리는 이동 상황에 따라 소리의 빠르기와 형식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부여군 자료는 진소리·짝수소리·두마디소리·자진소리·반짝수소리로 구분하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빠른 소리의 한 갈래를 ‘한마디소리’라는 이름으로 설명한다.

진소리는 느린 가락으로, 상여를 들거나 마을 안을 이동하고 하직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부른다. 선소리꾼이 사설을 메기면 대메꾼들이 받으며 이별의 정서를 풀어낸다.

짝수소리는 마을 밖으로 나서면서 부르는 소리다. 진소리보다 속도가 빨라지며, 상여꾼들이 두 패로 나뉘어 소리를 주고받는다. 두마디소리는 빠른 이동이나 오르막길 등에서, 자진소리 또는 한마디소리는 가파른 길을 오르는 과정에서 걸음에 힘을 더한다.

반짝수소리는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 부르는 소리다. 대메꾼들이 마음과 움직임을 모아 상여를 안전하게 옮기도록 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날 정림사지의 다리 건너기 시연은 이러한 전승 맥락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용정리상여소리는 같은 가락을 반복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길의 형태와 운구 상황에 따라 소리를 바꾸며, 애도와 노동의 호흡을 함께 담아낸다.

소리가 겹치며 만드는 ‘짝수소리’의 특징

용정리상여소리의 음악적 특징은 짝수소리에서 두드러진다. 상여꾼들이 앞뒤 또는 좌우로 나뉘어 서로 다른 사설을 주고받는데, 한쪽의 소리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다른 쪽의 소리가 이어지며 겹치는 구간이 생긴다.

이는 선창이 끝난 뒤 모두가 같은 후렴을 받는 방식과 구별된다. 두 패가 각자의 사설을 부르면서 연결 지점을 맞춰야 하므로 소리를 익히는 과정과 집단의 호흡이 중요하다. 부여군은 이러한 형식이 용정리상여소리의 애조와 장엄함, 음악성을 드러내는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여러 사람이 소리를 나누면서도 하나의 행렬을 이루는 모습에는 상여소리의 기능이 담겨 있다. 노래는 고인을 위한 배웅이자, 함께 상여를 멘 사람들을 연결하는 약속이었다.

슬픔을 함께 견디던 마을의 문화

용정리 상례 문화에는 출상 전날 빈 상여를 메고 마을을 도는 ‘상여흐르기’도 전해진다. 마을 우물과 고인의 지인·친척 집 등을 돌며 하직 인사를 하고,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풍속이다. 이 과정에는 엄숙함뿐 아니라 해학적인 놀이 요소도 담겨 있다.

이는 죽음의 슬픔을 유족만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았던 공동체의 방식으로 읽힌다. 사람들은 장례의 노동을 나누고, 소리를 함께 부르며, 고인과의 기억을 되새겼다. 용정리상여소리가 지닌 문화적 가치는 독특한 가락과 형식에 더해 이러한 관계와 돌봄의 기억에 있다.

백제문화제 마지막 날 정림사지에서 펼쳐진 시연은 부여의 문화가 유적과 유물뿐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와 몸짓에도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만장을 앞세운 행렬과 함께 움직인 상여는, 이웃의 마지막 길을 마을이 함께 배웅하던 전통을 오늘의 관람객에게 전했다.

<참고자료>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부여용정리상여소리」 — 충청남도 무형유산 지정 현황과 지정일.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ccbaCpno=2223400220000\&pageNo=1_1_1_1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부여 용정리 상여소리」 — 소리의 구성과 형식, 가창 방식 및 상례 재현 내용.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4434

– 부여군 문화관광 누리집, 「부여 용정리상여소리」 및 전통 민속놀이 소개 — 전승 배경, 상두계와 상여흐르기, 짝수소리의 특징과 공동체적 의미.

https://www.buyeo.go.kr/_prog/culture/index.php?menu_dvs_cd=030111\&mng_no=67\&mode=V\&site_dvs_cd=tour

– 제33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자료(1992), 「용정리 호상놀이 유래」 — 상여흐르기와 소리별 기능, 지역 장례 풍속.

https://msg.kfaf.or.kr/media/1992/doc/DOC_1992_%EC%A0%9C33%ED%9A%8C_%EC%A0%84%EA%B5%AD%EB%AF%BC%EC%86%8D%EC%98%88%EC%88%A0%EA%B2%BD%EC%97%B0%EB%8C%80%ED%9A%8C_%EB%B6%80%EC%97%AC_%EC%9A%A9%EC%A0%95%EB%A6%AC_%ED%98%B8%EC%83%81%EB%86%80%EC%9D%B4%281992.09.23~25%29.pdf

 

 

스토리스팟(강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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